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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헌 칼럼] 생산성 하락의 경고

고려대 교수·경제학

김동헌 고려대 교수, 경제학




한국 경제는 올해 1·4분기 -0.4%, 2·4분기 1.0%, 3·4분기 0.4%라는 낮은 성장률을 보였다. 올해 성장률 2%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4·4분기에 1%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전방위적인 재정지출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대내외적인 경제여건이 녹록지 않아 위축된 경기 흐름을 뒤집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한국 경제성장률이 급락한 것은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해 세계 경제 둔화와 수출 하락에 따른 적지 않은 영향도 있으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생산성의 지속적인 하락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올해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크게 하락한 이유는 제조업 부문 증가율이 7.9%에서 2.2%로 급락한 데 있었다.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 증가율 둔화 폭은 5.7%포인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포인트보다 훨씬 컸다. 더욱이 한국 제조업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경제규모가 약 12배가 넘는 미국의 59% 수준이고 독일에 비해서는 63%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연령인구의 급속한 감소 등이 당장 눈앞의 현실로 다가옴에 따라 제조업의 생산성 하락은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경제의 효율성 지표를 반영하는 총요소생산성(TFP) 증가율 저하가 제조업 노동생산성 둔화의 주요인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생산성에 기반하지 않은 임금체계, 노동시장의 경직성, 연구개발(R&D) 투자 효과 창출에 따른 혁신성 부족, 규제 완화 및 구조개혁 미흡에 따른 자원배분 부진 등 경제의 전반적인 혁신성 및 자원배분의 효율성 저하로 생산성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경제 생산성 제고가 필연적이고, 이를 위해 경제의 혁신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규제 완화, 구조 개혁, R&D 투자 촉진 및 혁신, 시장의 경직성 완화 및 자원배분 효율성 강화 등이 그 핵심이다.



최근 주52시간제 근로시간 단축 이슈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일명 타다금지법) 논란은 한국 경제 생산성 제고의 시각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열심히 일하는 것이 삶의 터전을 위한 주요한 조건이라고 여겼으나 이제는 일과 여가를 균형 있게 추구하는 시대가 됐다. 바람직한 변화다. 그러나 일과 여가의 균형은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근로시간의 일방적인 단축은 경제 전체 근로시간을 줄일 뿐 아니라 근로자의 경제적 여건과 근로 인센티브 등 자신의 최적화된 행동에 따른 근로시간의 의사결정을 왜곡해 이는 결국 개인의 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오히려 근로시간에 대한 의사결정은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자율과 책임에 맡겨 유연성을 갖게 하고, 임금착취 및 체불, 위험하고 열악한 근로환경, 근로의욕과 인센티브 저하를 초래하는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 등에 대해 적절하게 규제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생산성 향상에 더 기여할 것이다.

혁신과 신기술은 대체로 기존 산업 및 제품과 마찰을 가져오게 마련이다. 그러나 혁신과 신기술 없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어렵고 신성장산업 육성도 불가능하다. 혁신 기업가는 세계시장에서 기존 제품과 품질·서비스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한다. 이들에게 혁신의 대가가 충분히 주어져야 한다. 그래서 더 많은 스타트업이 혁신에 대한 의욕을 갖고 신성장을 향해 도전하게 해야 한다. 정부는 택시와 차량공유 업계 모두의 상생 및 타협을 고려해야 하지만 혁신에 제동을 거는 규제는 지양해야 한다. 지금 한국 경제의 생산성 하락은 마차산업과 자동차산업 상생을 위해 도입된 영국의 붉은 깃발법이 결국 두 산업 모두를 패자로 만들었던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라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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