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시작되는 학교 밖 청소년 무상급식이 미약한 예산 지원 탓에 생색내기 정책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학교 안 청소년들에게는 전면 무상급식이 제공되지만 경제적으로 열악한 학교 밖 청소년들은 밥값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정작 필요한 사람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보편적 복지의 역설 논란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17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 10일 국회를 통과한 2020년 여가부 예산안 중에는 학교 밖 청소년 무료급식 지원 금액 12억7,000만원이 책정돼 있다. 그동안 청소년 무상급식은 정규 교육과정 재학 중인 학교 안 학생들에게만 제공됐는데 내년 처음으로 학교 밖 청소년이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학교 밖 무상급식 지원 대상이 지극히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여가부는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해 지역별로 운영 중인 ‘꿈드림센터’ 프로그램에 참석하는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만 무료 급식을 지원할 예정이다. 여가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해당 센터 이용 청소년은 약 5만3,000명으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16년 12월 추산한 전체 학교 밖 청소년 39만여명의 약 8분의1에 불과하다. 보편적 복지를 우선하는 문재인 정부가 빈곤층이 다수인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선별적 복지 정책을 실시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학교 밖 무상급식 정책 예산이 너무 적다는 점이다. 여가부는 학교 밖 청소년 한 명당 한 끼 식사 비용으로 4,000원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 금액을 지난해 꿈드림센터 이용 청소년 약 5만3,000명에게 적용해 단순 계산해봤을 때 12억7,000만원으로는 내년 365일 중 단 6일 동안만 중식을 제공할 수 있다. 학교 안 청소년들이 방학을 제외하고 매일 학교에서 무상급식을 먹을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식사를 지원한다고 말하기가 민망한 수준인 것이다. 특히 여가부가 지원 계획한 4,000원의 한 끼 식사 비용도 서울시교육청의 올해 고교 무상급식 예산의 학생 1인당 단가인 5,406원과 비교하면 적은 것이어서 제공되는 식사 수준도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내년 예산이 1조1,264억원으로 정부 부처 중 가장 적은 여가부도 학교 밖 무상급식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여가부 관계자는 “학교 밖 청소년 급식 지원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며 “내년은 정책을 처음 도입하는 데 의미가 있고 향후 지원 금액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교 밖 무상급식 정책이 생색내기식으로 이뤄질 경우 정부의 보편적 복지 정책 기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학교 밖 청소년은 빈곤층 가정 출신이 많아 무상급식의 최우선 순위가 돼야 하는데도 정부가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에 치중한 나머지 복지의 사각지대로 몰리는 상황이 발생하게 됐기 때문이다. 학교 안 무상급식 정책은 시도별로 지방자치단체와 시도교육청이 분담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올해 서울시에 투입된 예산만 약 5,688억원에 이른다. 이는 39만여명으로 추정되는 전체 학교 밖 청소년에게 내년 무상급식을 지원했을 때 드는 비용(약 3,000억원)의 두 배에 달한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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