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을 묶어서 직권남용죄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이번 정권이 적폐수사의 주 무기로 써오던 직권남용이 대통령 임기 반환점을 돌자마자 부메랑으로 돌아온 형국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가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 이달 중 백 전 비서관과 조 전 장관, 황 청장에게 직권남용죄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검찰 내외부에서 나온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 주변에 대한 첩보를 민정비서관실에서 생산해 반부패비서관실을 통해 경찰에 내려보내고 이후 민정수석실과 경찰이 교감하면서 수사 상황을 챙겼다는 혐의가 골자다. 이들은 이미 직권남용 피의자 혐의로 고발돼 있는 상태다.
검찰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4층에 있는 국무총리비서실 민정실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2017년~2018년 민정비서관실에서 근무한 문모(52) 사무관의 첩보 생산 과정을 추적하기 위함이다. 검찰은 5일 문 사무관을 한차례 불러 제보 접수 경위 등을 조사했다.
백 전 비서관과 조 전 장관은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정섭)에서 수사 중인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에서도 직권남용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전 장관은 16일에 이어 이날도 동부지검에서 소환조사를 받았다. 앞서 동부지검은 조 전 장관이 직권남용죄 피의자 신분이라고 공개했다.
이는 전 정권을 향한 적폐수사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쓰였던 직권남용죄가 현 정권 핵심 인사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 모양이다. ‘화이트리스트’를 실행한 혐의를 받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해 검찰은 직권남용을 의율해 재판에 넘겼다.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도 군(軍) 사이버사령부에 댓글공작을 지시한 혐의로 직권남용을 적용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혐의에도 직권남용죄가 포함됐다. 또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 휘말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도 직권남용 혐의가 대부분이다.
적폐수사를 받은 측에서는 직권남용죄 자체를 문제 삼고 있다. 직권의 의미가 모호해 전 정부 공직자를 처벌하는 데 쓰이기 십상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은 직권남용죄가 위헌이라며 서울고법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상고심 중인 김 전 비서실장은 대법원에 위헌제청을 신청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직권남용죄에 대한 사회적·법적 논란이 정리되기도 전에 현 정권 인사들이 똑같은 죄로 재판에 줄줄이 넘어가게 생겼다”고 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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