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사건 수사에 협조를 구하기 위해 마약사범으로부터 제보를 받은 것처럼 수사공적서를 조작한 경찰관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박영빈 부장검사)는 19일 허위 수사공적서를 마약사범 재판부에 제출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위계공무집행방해 등)로 경찰관 14명을 적발해 노모(47) 경위 등 6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8명은 기소유예 처분했다. 재판 중인 마약사범에게 접근해 수사공적서를 거짓으로 꾸며준 변호사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마약 담당 경찰관과 마약사범은 수사에 기여한 경우 재판에서 감형을 받을 수 있게 한 대법원 양형기준을 악용해 일종의 ‘플리바게닝(사전형량조정)’을 공모했다. 노 경위는 지난 2016년 5월부터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미 법원에서 재판 중인 마약사범 3명의 필로폰 사건을 이들이 직접 제보한 것처럼 꾸며 서류를 법원에 냈다. 이를 참작한 재판부가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마약사범을 징역 1년6개월로 감형하기도 했다. 수사실적을 올리기 위해 이면 거래를 시도한 것이다.
마약사건 정보를 중개하는 브로커인 ‘야당’도 마약사범과 수사기관 사이를 중개했다. 마약사범에게 대가를 받은 뒤 사건 정보를 넘기도록 하거나, 직접 제보한 뒤 마약사범에게 공적을 돌리는 방식이다. 박모 경위는 2017년 4월 야당의 제보를 받아 3명의 필로폰 취급 범행을 적발해놓고 재판부에 “지인이 총 5명의 필로폰 취급범행에 대한 제보를 해 검거했다”는 식의 허위 공문서를 제출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야당으로부터 3회에 걸쳐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 14정을 공짜로 받아 챙기기도 했다.
함께 기소된 최모 변호사는 지난해 이들 야당과 공모해 “양형참작 사유인 수사공적서를 재판부에 제출해주겠다”며 마약사범의 가족에게 총 4,500만원을 수수해 변호사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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