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에 너무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해서 정말 아쉽습니다. 마지막 3국에서는 이세돌답게 바둑을 두겠습니다.”
이세돌 9단은 19일 서울 강남구 바디프랜드 사옥에서 열린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치수고치기 3번기 제2국에서 122수 만에 불계패한 뒤 이 같은 소감을 남겼다.
전날 진행된 1국에선 한돌이, 이날 2국에서는 이세돌 9단이 실수를 저지르며 제대로 된 승부를 펼치지 못했기 때문에 오는 21일 전라남도 신안에서 열리는 3국에서 진검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2점 접바둑으로 진행됐던 1국과 달리 2국은 호선(맞바둑)으로 진행됐다. 돌 가리기에서 흑을 잡은 이세돌 9단은 양 소목 포석으로 실리작전을 구사해나갔지만 초반 좌상귀에서 미세한 실수를 범하면서 열세에 몰렸다.
현장 해설을 맡은 조인선 바둑 국가대표팀 코치는 “이세돌 9단의 흑 31수가 첫 번째 실수였고, 한돌의 32수 이후 중계 화면에서 이세돌 9단이 계속 자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면서 “연달아 실착이 나오면서 그 이후로 기회가 없었다”고 총평했다.
이후 이세돌 9단은 하변으로 손을 돌렸지만 한돌은 이를 따라가지 않고 우상귀에 흑 4점을 잡으면서 초반 분위기를 유리하게 가져갔다. 대국이 시작된 지 약 1시간여 만에 한돌의 승률 그래프는 88%까지 치솟았다. 비세를 느낀 이세돌 9단이 특유의 ‘흔들기’를 펼쳤으나 AI를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경기가 시작된 지 3시간 30여분 만에 이세돌 9단은 돌을 던지며 패배를 인정했다. 전날 진행된 2점 접바둑에서는 한돌이 학습량 부족으로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렀지만 이날 펼쳐진 호선에서는 이세돌 9단을 완벽하게 압도한 것이다.
이날 공개해설자로 나선 조인선 바둑 국가대표팀 코치는 “이세돌 9단 입장에서는 아쉬운 경기였다”며 “좌측 상단 쪽에서 실수를 저지른 것을 끝내 만회하지 못한 것이 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인간과의 대결이었다면 이렇게 이른 단계에서 패착이 나오기 어렵지만, AI와의 대결이었다 보니 이런 패착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2국에서 한돌이 승리하면서 3국에서는 다시 2점 접바둑으로 대결이 펼쳐진다. 이세돌 9단은 “1국은 준비를 많이 했었고, 이기는 데 집중했지만 마지막에는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제 바둑을 둘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백주원기자 jwpai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