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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레드 월(Red Wall)





영국의 12·12 총선에서 보수당이 완승을 거둔 것은 노동당 안마당이었던 ‘레드 월(Red Wall)’의 반란 때문이었다. ‘붉은 벽’은 노동당의 텃밭 선거구가 몰려 있는 지역을 뜻한다. 붉은 벽은 붉은색을 상징색으로 쓰는 노동당의 심장부(heartlands)로도 불린다. 레드 월은 영국의 잉글랜드 북동부와 중부인 미들랜드 등에 걸쳐 있다. 석탄·철강·염전 등 제조업 밀집 지역으로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비중이 커 1920~1930년대부터 전통적으로 노동당이 강세를 보여왔다. 특히 1980년대 보수당의 마거릿 대처 정부 집권 이후 잇단 탄광 폐쇄 정책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어지면서 쇠락해 반(反)보수당 정서가 강했다. ‘영국판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인 셈이다. 하원의원을 뽑는 총선에서 최근 30여년 동안 노동당은 이 지역에서 거의 싹쓸이를 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치 홈그라운드가 통하지 않았다. 보수당은 최근 총선에서 레드 월의 63개 선거구 가운데 33석을 차지하면서 압승을 거뒀다. 보수당은 노동당 출신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지역구였던 세지필드에서도 1935년 이후 처음 승리했다. 보수당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비숍오클랜드와 워킹턴에서도 노동당을 제쳤다. 영국 언론들은 이런 이변에 대해 “보수당의 블루 웨이브(blue wave)에 의해 레드 월이 무너졌다”고 묘사했다. 보수당은 전체 의석 650석 가운데 365석을 차지해 과반 의석을 훌쩍 넘었다. 반면 노동당은 203석에 그치면서 1935년(154석)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레드 월의 표심 변화 조짐은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국민투표 때 찬성 여론이 강해지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2017년 총선에서도 이 지역에서 보수당 당선자들이 일부 나왔다. 노동당은 브렉시트에 대해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한데다 급진 좌파 정책에 매몰돼 일자리 창출을 위한 현실적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반면 보수당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틈새를 파고들어 이곳에서 반이민 정서를 자극하는 집중 유세를 벌여 붉은 벽을 무너뜨렸다. 존슨 총리는 총선 직후 레드 월 지역을 돌면서 “오랜 관행을 깨고 정치 지형을 바꿔줘 고맙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동서로 나눠진 푸른색과 붉은색 벨트가 언제쯤 녹아내릴까 생각해보게 된다. /김광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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