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OO구는 맑음입니다” 이강식 직방 사업운영그룹 이사(CSO)가 안성우 대표에게 매일 같이 보내는 메시지다. 날씨 이야기가 아니다. 전국 각 지역마다 △그린 △옐로 △레드로 등급을 나눠 허위매물 정도를 나타내는 이른바 ‘허위매물기상도’다. 뿐만 아니라 매주 모든 경영진이 모이는 회의에서도 허위매물 기상도는 매우 중요한 의제다.
직방은 지난 2월 ‘허위매물아웃연구소’를 설립, 5월부터 본격적인 허위매물과의 전쟁에 나섰다. 결과부터 보자면 10월 기준 직방의 전국 매물 신뢰도는 93.8%로 5월(83.3%) 대비 10.5%포인트 상승했다. 중개사의 신규 유입 또한 지난 10월 기준 5월보다 13% 늘었다. 이용자뿐만 아니라 중개사들도 깨끗해진 플랫폼에 만족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물론 이 같은 성과를 내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월 평균 페널티가 평균 대비 60% 가까이 급증했다. 가장 강력한 제재 수단인 ‘탈퇴’를 당한 중개사의 수만 140명에 달했다. 이들 가운데는 월 결제금액만 2,000만원에 달하는 ‘우량 고객’도 다수 있었다. ‘전쟁’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매출은 크게 하락했다. 이 같은 위기에도 강경책을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었던 데는 경영진의 강한 의지가 있었다. 이 이사는 “경영진 모두가 허위매물을 방치한다면 직방이라는 플랫폼이 망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강했다”며 “(안 대표는) 매출이 50%까지 하락해도 상관없으니 허위매물을 줄일 것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직방이라는 플랫폼에 대한 신뢰도가 제고되면 이용자의 만족도도 높아질 것이고 공인중개사들 또한 만족할 것이라 내다봤다. 실제로 허위매물연구소가 출범한 지 3개월 만에 직방의 매출은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다. 지난달에는 연구소 설립 전과 같은 정상궤도로 돌아오는 데 성공했다. 늘어난 사용자에 이제 매출은 완연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 이사는 “허위매물을 올리면서 플랫폼의 물을 흐리는 중개사는 극히 일부였다”며 “이들을 필터링하면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가 마련한 ‘허위매물 사전(辭典)’은 매물의 허위 여부를 가리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그간 직방이 쌓아온 빅데이터를 활용, 10개의 카테고리와 100개가 넘는 세부 유형으로 구분해 등록된 매물이 허위매물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가격이나 고객의 조회량에 대해서도 정보를 바탕으로 적정치를 계산하고 여기서 크게 벗어난 매물을 다시 한 번 점검한다. 여기에 허위매물로 인해 헛걸음을 한 고객에게 현금 3만원을 비롯해 다양한 선물을 제공하는 ‘헛걸음보상제’를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도 고객 만족을 위해 인력 증원 등 더 투자할 계획이다. 이 이사는 직방 플랫폼에서 허위매물을 근절하는 것이 목표라 답했다. 그는 “전국의 허위매물기상도가 ‘맑음’을 나타낼 때까지 노력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건전한 중개사들과 이용객들이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권혁준기자 awl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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