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민주화 요구 시위가 7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시위에 참여하거나 동조했다가 체포당한 홍콩 교사가 80명에 이른다는 보도가 나왔다.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케빈 융 홍콩 교육부 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6월 초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후 지금껏 시위와 관련해 체포된 교사가는 80명가량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사임하거나 정직을 당한 교사는 4명이다. 정직을 당한 교사 중 1명은 불법무기 소지 혐의, 1명은 학생들에게 정치적으로 편향된 수업을 한 혐의다.
융 장관은 6월 중순부터 지난달 말까지 시위와 관련, 부적절한 언행을 한 교사에 대해 제기된 민원이 123건에 달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123건 중 74건에 대해 조사를 마쳐 13건의 ‘법규 위반’ 행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법규를 위반한 교사는 강등, 감봉, 전근, 견책 등의 징계를 받았다. 융 장관은 “민원이 제기된 교사의 대부분이 증오를 부추기는 발언을 하거나 (시위를) 선동하는 행위를 했다”며 “이는 사회의 보편적인 기준으로 따져도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홍콩 교육부는 전날 모든 초·중등학교에 서한을 보내 시위에 참여했다가 방화, 경찰관 공격, 폭동, 불법무기 소지 등의 혐의로 기소된 교사에게 정직 처분을 내릴 것을 촉구했다. 또한, 시위 참여 교사들에 대해 기소 여부와 상관 없이 학생들을 가르칠 자격이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야당 의원과 교원노조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파 교원단체인 홍콩교육전업인원협회 부회장을 맡은 입킨유엔 의원은 “교육부는 ‘증오 발언’의 정확한 정의나 구성 요건에 대한 정의 없이 무조건 징계를 촉구하고 있다”며 “이는 홍콩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자 ‘백색공포’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친중파 교원단체 홍콩교육공작자연회도 “개별 교사가 징계를 받는다면 징계 사유를 명확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정민수기자 minsoo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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