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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공정(公正)의 온도 100℃

황서종 인사혁신처장





물은 100℃에서 끓는다. 99℃의 물도 손대기 어려울 만큼 뜨겁지만, 결국 임계점에 미치지 못하므로 기화(氣化)되지는 않는다. 불과 1℃의 차이가 물과 수증기의 차이를 결정한다. ‘공정(公正)’이라는 가치도 마찬가지다. 다른 모든 절차를 공정하게 처리했더라도, 단 하나의 실수나 허점이 공정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공정성은 100℃를 필요로 한다.

우리 사회 공정 온도는 안타깝게도 아직 이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만 19∼24세 성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2017년 여성가족부) 59%가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답했다. 민간 구직자 대상 설문조사(2019년 A 취업포털)에서도 51.7%가 ‘불공정한 채용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순조실록에 따르면 성균관 관원이었던 이형하는 ‘…과거시험의 폐단이 없어지면 인재가 등용되고 조정이 존중받으며, 민심이 안정된다’며 대리시험·부정행위 등의 문제점들을 지적한 상소문을 올렸다. 공정한 채용은 과거에도 어렵고 중요한 국가적 대사(大事)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오늘날 공무원 채용에서는 공정성 담보를 위한 여러 제도적 장치가 갖춰져 있다. 시험을 위한 별도 법령이 1966년에 제정돼 시험실시기관장의 직무, 시험방법과 절차·시험과목·응시자격, 합격자 결정 기준 등을 세세하게 명시하고 있다. 사항별로 공고 기한이나 채점방식과 같이 기술적이고 세부적 사항까지도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어 실제 채용업무를 이 기준에 맞춰 정확히 운영하려면 경험 있는 공무원들도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공정한 시험 중 하나로 공무원 시험이 손꼽히는 이유다.

최근 공공과 민간 전 부문에 걸쳐 그 어느 때보다 공정채용에 대한 국민적 기대와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인사혁신처는 공무원 시험의 오랜 공정채용 노하우와 경험을 활용해 공정채용 문화를 중앙기관은 물론, 지자체와 공공기관, 기타 공직 유관단체 등 공공 부문 전반으로 확산하기 위한 노력을 지난 수년간 계속해오고 있다. 공정채용 문화 확산을 위한 워크숍을 매년 개최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채용공고부터 최종 합격자 발표까지 공정채용 기준 및 노하우를 정리한 ‘공정채용 가이드북’도 발간한 바 있다. 올해부터는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전국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공정채용 컨설팅도 수차례 실시했다. 내년에는 공공기관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컨설팅 진행을 통해 공공기관의 공정채용을 더욱 확산해나갈 계획이다.

공공 부문의 공정한 채용은 우리 사회의 공정 온도 100℃를 달성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100℃에 이르기 위해서는 인내심을 갖고 시스템을 정비하고, 엄정한 운영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공정 온도가 100℃가 돼 우리 사회 전체에 공정성이 퍼지고 국민 신뢰를 회복할 때까지 계속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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