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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기획부동산이 국토 갈가리 쪼갠다”…토지거래 30%가 지분, 12년새 2배로

토지거래서 지분 비중 2006년 15%서 지난해 30%로 증가

지분거래 건수가 10만여건서 19만여건으로 늘어난 탓

지분거래 총액은 2017년 10조원 넘어서…2006년의 2배

기획부동산 영향으로 풀이…“국가 개발사업 걸림돌 우려”





건물 없는 순수 토지거래 중 다른 사람과 소유권을 함께 가진 공유지분 토지를 거래한 비중이 지난 2006년 15.1%에서 지난해 29.8%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지분거래 건수가 2배 가까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같은 기간 지분거래의 건당 면적은 2분의1로 줄어들었다. 기획부동산의 입김에 지분을 공유하는 토지가 점점 더 늘어나는 결과로 보여 각종 국토개발계획에 지장을 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2일 서울경제가 부동산실거래가 플랫폼 밸류맵을 통해 2006년 이후 순수 토지 실거래 데이터를 전수 분석한 결과 지분거래 비중은 2006년 15.1%에서 지난해 29.8%로 급등했다. 원인은 지분거래 건수 자체가 증가한 데 있었다. 지분거래 건수는 2006년 9만6,440건에서 지난해 19만1,600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일반 토지거래는 54만2,216건에서 45만505건으로 되레 줄어 대조를 보였다.



지분거래 총액도 2006년 5조1,229억원에서 지난해 8조8,399억원으로 62.8%나 급등했다. 2017년에는 10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반면 일반 토지거래 총액은 53조5,691억원에서 66조3,716억원으로 23.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같은 증가세에는 2015년께부터 사세를 키운 토지지분 판매 기획부동산의 영향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소유권자가 다수인 투자 목적의 공유지분 토지가 많아지면 국토의 개발·이용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우려하고 있다. 기획부동산은 신도시·산업단지·철도·접경지 등 호재가 있는 지역의 토지를 산 뒤 수십~수천명에게 4~5배 가격으로 지분을 쪼개 팔아 이런 토지가 향후 주택·인프라 등 각종 개발사업에서 걸림돌이 되리라는 우려가 크다.

토지 지분 거래액 연 5조원 늘어…그 뒤엔 공유지분 기획부동산 있었다
“2015년부터 사세가 본격적으로 커졌고 2017년부터는 떼돈을 벌었다.”

우리·케이비·신한·하나 등 시중은행의 이름을 차용한 토지지분 매매 기획부동산에서 일한 한 직원의 전언이다. 이런 종류의 기획부동산은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의 토지를 사들여 165~330㎡의 지분을 1,000만~2,000만원에 쪼개 판다. 이들이 ‘사실상 한 뿌리’라는 얘기가 업계에 나돌 만큼 협업 관계에도 능하다. 실제로 우리·케이비 계열은 형제가 나눠서 경영했다. 우리·케이비 계열과 신한·하나 계열은 몇몇 판매 토지를 공유했다. 우리 계열 대표자는 신한·하나 계열 대표자와 공동으로 언론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앞서 서울경제가 케이비 계열 기획부동산의 부천 지점이 2017년~2018년경 지분을 팔았던 토지 리스트를 입수해 분석해보니 소유권자가 총 2만8,000여명에 달했다. 즉 케이비 계열의 다른 20여개 지점과 다른 계열 기획부동산에서 판매한 토지를 합산하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다.★본지 11월29일자 1면·5면 참조[▶[단독] 2만8,000명에 ‘여의도 4배 땅’ 지분 쪼개 판 기획부동산]



22일 서울경제가 부동산실거래가플랫폼 밸류맵을 통해 들여다본 2006년 이후 토지 실거래 추이는 앞선 직원이 얘기한 지분 매매 기획부동산의 성장세와 맞물린다. 2006년 9만6,440건이던 연간 지분 거래 건수는 2008년~2013년 10만~11만건대에 머물다 2014년 13만8,549건, 2015년 16만7,736건, 2016년 17만4,730건, 2017년 19만5,677건으로 수직 상승했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일반 토지 거래는 45만~55만건 사이를 오가며 등락을 반복했다.

연간 지분 거래 총액도 마찬가지다. 2006년부터 2013년까지는 4조~5조원을 오가더니 2014년 7조로 점프한 뒤 2015년 9조3,400억원, 2016년 9조2,292억원, 2017년 10조2,010억원으로 정점을 찍고 2018년 8조8,399억원으로 내려왔다. 거래액이 연 5조원 내외까지 늘어났었던 것이다.





물론 지분을 나눠 사는 경우는 전원주택이나 아파트를 분양받으며 도로를 공유하는 경우에도 발생한다. 하지만 이같은 주택 공급이 10년 사이 2배로 증가했다 보긴 어려운 만큼 기획부동산의 영향이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기획부동산이 즐겨 팔지만 주택 공급과는 거리가 먼 ‘임야’만 분석해보면 지분 거래 비중이 압도적이다. 임야의 지분 거래 비중은 2006년 32.8%였으나 2017년에는 50.3%로 절반을 넘어섰다. 올해의 경우 1~11월 실거래 신고분 기준으로 58%까지 치솟았다.

일반 토지와 지분 거래의 건당 면적·가격 변화를 봐도 기획부동산의 영향이 확연하다. 지분 거래의 건당 평균 면적은 2006년 1,446㎡였는데 2012년 888㎡로 내려오더니 지난해 663㎡까지 줄었다. 점점 더 잘게 쪼개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일반 토지 거래는 2006년 2,547㎡에서 2011년 2,080㎡을 기록한 뒤 계속 1,900㎡~2,000㎡대에 머물고 있다.

건당 가격의 경우 일반 토지 거래는 2006년 9,880만원에서 지난해 1억4,733만원으로 1.5배 가까이 높아졌지만 지분 거래는 2006년 5,312만원에서 지난해 4,614만원으로 하락했다. 일반 토지는 지가 상승률이 반영돼 건당 가격이 올라가지만, 지분 거래는 판매 용이성을 위해 잘게 쪼개면서 건당 가격도 제자리를 맴도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지분 거래 증가는 필지당 소유권자의 증가로 이어지면서 국토의 개발·이용 가능성을 떨어뜨린단 지적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토지대장 자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공유인수가 10인 이상인 토지는 11만5,367필지, 총 소유자수는 336만4,585명이다. 임야로만 좁혀보면 토지는 4만3,049필지며 소유자수는 130만2,748명이다. 한 필지를 평균 30명이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3기 신도시 건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사업 등이 구체화 되면서 기획부동산이 호재를 이용해 영업을 확대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들은 토지를 매수가의 5배 가량으로 파는 데다 소유권자를 수십~수천명으로 늘려놔 공공이 수용해야 하는 경우 국가의 비용 부담을 키우고 민간업자는 소유권자 연락처 확보부터 난항에 부딪쳐 개발을 포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획부동산의 국토 쪼개기를 막기 위해 지분 매매에 대한 제도적 장벽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검찰·경찰·국세청 등 사정기관은 기획부동산의 영업이 한창 이뤄진 뒤에야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지분 공유자가 일정 숫자 이상으로 넘어가면 추가 매수 시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한다든지, 공유지분을 매매하는 법인의 자격을 설정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토지 개발 없이 공유지분만 파는 기획부동산 업체의 판매 방식을 규제해야 한다”며 “공인중개사법이나 부동산개발업에 부동산 지분 판매 업체의 등록 근거를 만들어 특정 자격을 갖추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조권형·이재명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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