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이 심해지면서 대학교 졸업자의 하향 취업률이 3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시장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고졸 이하 학력을 요구하는 일자리에 대졸자들이 몰리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필요 이상의 고학력화가 만연했다는 의미다. 하향 취업할 경우 적정 취업에 비해 임금이 36% 낮아졌으며 한번 눈 낮춰 취업하면 10명 중 8명 이상은 1년 후에도 해당 일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한국은행의 ‘하향취업의 현황과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2000~2018년 중 연평균 대졸자가 4.3% 증가한 반면, 대졸자 적정 일자리는 2.8% 증가하는데 그쳤다. 하향 취업은 대졸자가 대졸 학위를 필요로 하지 않는 매장 판매직이나 단순 사무직,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경우를 말한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대졸자의 하향 취업률이 25%를 넘어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이후에 상승세가 더 가팔라져 최근에는 30%를 넘어섰다.
대학 전공별로 보면 자연계열과 예체능계열에서 하향 취업하는 비율이 각각 30.6%, 29.6%로 높게 나타났다. 이어 인문사회(27.7%), 공학(27.0%) 전공이 뒤를 이었다. 대학에 입학할 때부터 전공과 직업의 연계성이 높은 의약·간호·사범계열은 하향 취업률이 10% 이내로 낮게 집계됐다.
대졸자들이 하향 취업할 경우 학력 수준에 맞춰 취업했을 때보다 임금은 36% 낮아졌다. 또 대졸자가 하향 취업했을 경우에는 학력에 따른 임금보상을 의미하는 ‘임금 프리미엄’이 존재하지 않았다. 한번 하향 취업한 경우 85.6%는 1년 후에도 그 상태를 벗어나지 못해 더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한 디딤돌 역할도 하지 못했다.
한은은 “하향 취업자들이 하향 상태를 계속 유지할 확률이 상승하면서 직업 간 단절이 심화하는 모습”이라며 “하향 취업 증가는 인적자본 활용 비효율성과 생산성 둔화를 초래하므로 직업교육을 강화하고 필요 이상의 고학력화 현상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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