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대출규제 강화 등을 골자로 한 ‘12·16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지만 ‘도매·떨이 시장’으로 불리는 법원경매에서 서울 아파트 인기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대책에 의해 법원경매도 경락 잔금 대출 시 대출 규제를 똑같이 적용받는 만큼 법원경매 시장에서도 현금부자들의 독무대가 예상되고 있다. 법원경매는 현금부자들의 주된 투자처 중 하나다.
23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인 16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102.30%로 대책 발표 직전인 9~13일 98.50%에 비해 약 4%포인트나 올랐다. 낙찰률은 16일부터 20일까지 59.10%로 전주에 비해 약 3%포인트 낮았고, 평균 응찰자 수 역시 1.2명 가량 낮았으나 낙찰가율은 100%를 돌파한 것이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 8월부터 11월까지 4개월 연속 낙찰가율 100%를 넘긴 서울 아파트 경매 시장은 이달 들어 98.2%로 낙찰가율이 다소 하락했다가 정부의 ‘12·16 대책’ 발표 이후 다시 100%대로 뛰어올랐다.
세부적으로 보면 16일부터 20일까지 낙찰된 13건의 물건 중 3건을 제외한 10건이 모두 감정가의 100% 이상에 낙찰됐다. 나머지 3개 물건도 최저 90%에서 최대 99%에 낙찰자를 찾아 높은 값을 받았다. 주요 낙찰 사례로는 성북구 보문동 e편한세상보문이 감정가의 107%인 7억 4,700만원에 낙찰돼 가장 높은 낙찰가율을 보였다. 이어 강남구 역삼동 명인갤러리와 은평구 불광동 미성 7동 등이 감정가의 106%에 낙찰됐다. 서초동 서초삼풍은 감정가의 103%인 26억 1,600만원에, 강남구 개포동 경남 9동은 감정가의 101%인 23억 7,500만원에 각각 낙찰됐다.
경매업계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인해 투자자들은 물론 실수요자들까지 경매 시장으로 눈을 돌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우선 경매 시장은 일반 매매 시장과 달리 현금이 풍부한 투자자가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대출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강력한 대출 규제 방안을 담은 이번 정부 대책에 영향을 덜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통적인 투자자들 외에 일반 실수요자들의 경매 시장 유입도 기대된다. 지지옥션 측은 “경매시장은 젊은 층의 참여가 상당히 낮지만 청약 당첨 가점이 거의 70점에 육박하면서 당첨이 거의 불가능해진 젊은 층이 경매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며 “특히 경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낙찰을 받을 수 있다는 매력이 부각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발표 이후에도 신규 아파트 공급 감소에 대한 우려로 투자자는 물론 실수요자들이 경매에 관심을 가지면서 경매 시장이 활기를 띤 바 있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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