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류현진(32)이 완전히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캐나다에 연고를 둔 토론토 블루제이스 입단에 합의한 류현진은 2020시즌부터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가 속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야구 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연다.
23일(한국시간) 미국 현지 매체들은 자유계약선수(FA) 왼손투수 류현진이 4년 8,000만달러(약 929억4,000만원)에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계약했다고 보도했다. MLB네트워크의 존 헤이먼, ESPN의 제프 파산 등 발 빠른 기자들이 이날 오후 류현진의 토론토행을 보도하기 시작했고, 이어 MLB 공식 홈페이지인 MLB닷컴도 “소식통에 따르면 류현진은 토론토와 입단 합의에 이르렀다. 트레이드 거부 조항이 담긴 계약”이라고 확인했다.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미네소타 트윈스, 필라델피아 필리스 등도 물망에 올랐으나 최종 승자는 토론토였다.
4년 8,000만달러 계약이 공식화되면 류현진은 연평균 2,000만달러를 받는다. 1,857만달러의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를 넘는 한국인 FA 연평균 최고액 기록이다. 류현진의 올해 연봉은 1,790만달러였다. 한국인 FA 최대 규모 계약은 2013년 말 텍사스와 계약한 추신수의 7년 1억3,000만달러다.
류현진은 올 시즌 29경기 14승5패, 평균자책점 2.32로 MLB 전체 평균자책점 1위에 올랐다. 9이닝당 볼넷도 1.2개로 최소 1위였고, MLB 데뷔 후 가장 많은 163개의 삼진을 뺏었다. 투수 최고 영예인 사이영상에서는 내셔널리그 2위에 올랐다. FA 최대어 게릿 콜이 양키스와 9년 3억2,400만달러라는 기록적 계약에 합의하는 등 FA 시장이 달아오르면서 일각에서는 류현진이 총액 기준 1억달러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팔꿈치·어깨 수술 이력과 적지 않은 나이 등을 생각하면 3년이 아닌 4년 계약에 성공하면서 1억달러에 근접하는 액수를 확보한 것이 거의 최선의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2013년 MLB 진출 이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서만 뛰며 54승33패, 평균자책 2.98을 남긴 류현진은 익숙한 캘리포니아를 떠나 캐나다 연고팀에서 새 출발에 나선다. 아메리칸리그는 지명타자 제도가 적용되기 때문에 다저스에서처럼 타석에 나설 일은 없다. 대신 수비 때는 타석의 투수를 상대할 일이 없어 쉬어갈 여유가 없다. 게다가 홈구장 로저스 센터는 홈런이 많이 나오는 구장이기도 하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은 당연하고 최근 3년간 두 차례나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던 다저스와 달리 토론토는 올 시즌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4위(67승95패)에 머문 팀으로, 야구인 2세 야수 3인방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보 비셋, 카반 비지오를 중심으로 리빌딩에 들어간 상태다. 타선에 비해 선발진이 빈약해 이번 비시즌에 체이스 앤더슨, 태너 로어크(이상 오른손) 등을 영입했다. 이후 트레이드를 통해 왼손 선발요원인 2012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출신 데이비드 프라이스마저 영입하려고 한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토론토는 프라이스보다 젊고 올해 성적이 월등히 좋은 류현진을 잡았다. 류현진은 1선발로 새 시즌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CBS스포츠는 “진정한 에이스가 필요하던 토론토가 확실한 영입에 성공했다. 류현진은 젊은 투수들의 멘토 역할로도 기대를 모은다”고 보도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