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이정원(산부인과)·남도현(신경외과) 교수와 이진구 아주대 의대 교수팀은 부인암 환자 유래 세포를 이용한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과 약물반응성 조사 등을 통해 어떤 유전체적 특성을 가진 환자에게 표적항암제인 PARP 억제제가 잘 들을 것인지 예측할 수 있는 인자를 규명했다.
PARP 억제제는 최근 여러 연구를 통해 난소암 환자의 생존율 개선에 효과를 입증하며 주목을 받고 있는 신약 중 하나다.
난소암·자궁내막암·자궁경부암 등 부인암은 표적치료제가 어떤 환자에게 효과가 있을지 미리 가려낼 수단이 마땅치 않다. 암 관련 유전체의 구조가 워낙 복잡한데다 암이 약물을 피해 살아남는 경로 또한 변화무쌍한 탓이다. 난소암의 경우 수술과 항암치료를 병행하더라도 4명 중 1명꼴로 6개월 만에 재발할 정도다.
연구팀은 삼성서울병원에서 난소암·자궁경부암·자궁내막암 등 부인암 환자에서 떼어낸 암 조직 139개를 토대로 환자 유래 세포 라이브러리를 구축한 뒤 유전체 분석과 동시에 37개 표적치료제를 대상으로 암세포 약물반응성을 테스트했다.
그 결과 PARP 억제제 계열 표적항암제 가운데 국내에서 유일하게 출시된 아스트라제네카의 ‘린파자(성분명 올라파립)’가 종양억제 유전자 P53이 변이된 환자의 암세포에서 높은 민감도를 보였다. 약이 잘 들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난소암·유방암 등에서는 P53 유전자보다 그동안 많이 알려진 BRCA 유전자 변이 여부에 따라 표적항암제 치료 대상을 정해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BRCA 유전자가 변이된 암세포에 린파자가 잘 듣지 않는 경우에도 P53 유전자가 변이됐을 때 잘 들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BRCA 유전자보다 P53 유전자가 표적치료 대상자 선별에 훨씬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이와 별개로 난소암 환자 가운데 ID2 단백질이 많이 발현된 환자에게 린파자가 잘 들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밝혀냈다. 린파자를 쓰는 41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ID2 단백질이 발현했는지에 따른 치료 효과를 비교분석한 결과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삼성서울병원 부인암센터장)는 “BRCA 유전자와 P53 유전자가 변이되고 ID2 단백질이 많이 발현된 환자가 린파자 등 PARP 억제제 계열 표적항암제에 잘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보다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연구를 진행해봐야 정확한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ID2 단백질이 어떤 유전자에 의해 발현이 조절되는지 등에 대한 연구도 미진한 실정이다. ID2 단백질은 우리 몸의 면역체계와 관련 있는 T세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난소암의 80%가량은 고등급 장액성 암인데 90% 이상에서 P53 유전자 변이가 발견된다”며 “이번 연구결과가 부인암 극복에 새로운 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유전체 생물학(Genome Biology, 피인용지수 14점)’에 발표됐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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