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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WHO] 이념 대신 소통…'젊은 대안' 택한 유권자

■3040 지도자 쏟아지는 유럽

39세 취임 佛 마크롱 필두로

젤렌스키·마린·바라드카르 등

EU 28國 정상 평균연령 52세

여성·환경 등 관심사로 부상

이슈 선점한 정치신인 두각





유럽 정치권에서 지도자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40대 국가 수반이나 정당 대표는 보편화된 지 오래고 최근에는 30대 초반 총리까지 잇따라 등장하며 세계 최연소 타이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좌우 거대양당 정치에 지친 유권자들이 기성 정치에 반대하며 새로운 가치를 내건 30~40대 정치 신예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결과다.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 정상들의 연령은 30대 1명, 40대 11명 등 3040이 12명으로 40%를 넘는다. 28개국 정상들의 평균 연령은 52.14세로 도널드 트럼프(73) 미국 대통령 등 60~70대 정상이 이끄는 미국·러시아·중국·일본 등과 비교하면 매우 젊다.

유럽의 3040 정치 리더로 가장 존재감이 큰 인물은 에마뉘엘 마크롱(42) 프랑스 대통령이다. 현재는 40대지만 지난 2017년 5월 취임 당시에는 39세로 본격적인 30대 지도자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2014년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 때 경제산업장관을 지낸 그는 2016년 중도신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를 창당한 뒤 이듬해 대선에서 승리해 프랑스 역대 최연소 대통령이 됐다.

이달 10일(현지시간) 핀란드에서는 새로운 세계 최연소 현직 총리가 탄생했다. 핀란드 교통·커뮤니케이션장관 출신인 산나 마린(34)이 주인공이다. 마린 총리는 중도좌파인 사회민주당 대표로 선출된 뒤 의회 승인을 거쳐 핀란드의 세 번째 여성 총리이자 세계 최연소 현역 총리에 올랐다.

내년 1월에는 세계 최연소 총리 타이틀이 제바스티안 쿠르츠(33) 오스트리아 전 총리에게 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31세에 총리가 됐다가 올해 5월 의회 불신임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그는 9월 총선에서 국민당의 승리를 이끌었다. 현지 매체들은 1월 국민당이 녹색당과 연정 협상을 타결해 쿠르츠 전 총리가 8개월 만에 다시 최연소 총리 자리를 꿰찰 것으로 보고 있다.



국가 정상은 아니지만 이탈리아 정부의 실세로 군림하고 있는 루이지 디마이오(33) 부총리 겸 외무장관도 유럽 정치를 이끌 차세대 지도자로 꼽힌다. 지난해 3월 총선에서 31세에 반체제·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을 제1당에 등극시킨 그는 일찌감치 총리 후보로 꼽혔지만 극우동맹과 연정 갈등을 겪다가 법학자인 주세페 콘테에게 총리 자리를 넘기고 자신은 부총리를 맡고 있다. 레스토랑 서빙 등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가 대학을 중퇴한 그는 이탈리아 최연소 하원 부의장을 지내며 유력 정치인이 됐다.

동유럽 국가인 우크라이나는 40대 대통령과 30대 총리가 이끌고 있다. 특히 TV 드라마에서 대통령을 연기했다가 올해 5월 진짜 대통령이 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1)는 코미디언 출신이라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이 밖에도 2017년 38세로 아일랜드 최연소 총리에 오른 레오 바라드카르(40), 2016년 38세에 에스토니아 총리가 된 위리 라타스(41), 2013년 39세에 몰타 총리가 된 조지프 무스카트(45) 등도 유럽의 3040 지도자들이다.

이처럼 유럽에 3040 지도자들이 줄을 잇는 것은 유권자들이 거대양당의 좌우 대립에 환멸을 느껴 새 정치를 원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중동에서 쏟아지는 이민자 등 현실적 문제들이 쌓여가는데 기성 정치인들은 이데올로기만 앞세운다는 불만이 번져나간 것이다. 이런 기류에서 중도나 반체제 기치를 내건 신생정당들이 대거 출현해 마크롱 대통령과 디마이오 부총리가 전면에 등장하는 계기가 됐다.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한 앙마르슈는 온라인 공천으로 천재 수학자, 청년 사업가, 투우사 등 정치 경험이 전무한 ‘아웃사이더’들을 발탁해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디마이오 부총리는 2017년 오성운동의 돌풍 현상과 관련해 “오성운동의 탄생은 좌우 양당의 실패에서 비롯됐다”면서 “이탈리아의 진짜 문제는 많은 국민이 이 정당들에서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예전에는 사회운동쯤으로 치부되던 환경·여성 문제들이 유권자들의 주요 관심사로 급부상하면서 이러한 이슈들을 선점한 젊은 정치인들이 존재감을 키웠다. 올해 오스트리아·스위스 총선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주장하는 녹색당이 돌풍을 일으킨 것처럼 젊은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사회적 약자나 소외 문제를 다뤄줄 수 있는 정치인들에게 힘을 실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이러한 기류에서 탄생한 지도자가 마린 총리다.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와 어머니의 동성 파트너 밑에서 자랐고 집안 형편이 어려워 청소년기에 제과점 아르바이트와 잡지 배달을 하며 용돈을 벌어야 했다. 이런 이력 때문에 그는 성소수자, 여성 인권, 청년 문제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복지를 향상시킬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내각의 19개 장관직 가운데 12개에 여성을 포진시켜 ‘유리천장’을 깨는 파격 인사도 단행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전통 정당들은 유권자와의 소통법을 갖춘 지도자들을 선택하지 않으면 자리를 지키지 못할 것”이라면서 “기성 정치인들은 그들(3040)의 경험을 연구하고 어떻게 성공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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