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이후 8개월 만에 열린 이번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는 규모와 개최 시기, 진행 기간이 모두 이례적이다. 지역 단위 조직까지 평양으로 불러들이고, 하루를 넘겨 회의를 장기간 진행했다. 북한의 대내외 정책의 바로미터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발표를 불과 나흘 앞둔 시점에서 개최된 점도 크게 주목된다.
게다가 조선중앙통신은 29일 보도에서 전일부터 시작된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 “대내외적 정세의 요구에 맞게 우리 국가의 전략적 지위와 국력을 가일층 강화하고 사회주의건설의 진군속도를 비상히 높여나가기 위한 투쟁 노선과 방략이 제시되게 된다”고 전했다. 국가 건설과 더불어 국방 건설에 관련된 문제를 토의한다고도 강조했다. 이번 전원회의가 새해 북한 전략 노선에 대대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예고편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날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대해 “이전 회의에서와 달리 우선 의제가 국가사업 전반에 걸쳐 포괄적”이라며 “하루가 아닌 이틀에 걸친 회의, 그리고 가장 많은 방청자들이 참여한 역대 최대 전원회의라는 점 등에서 차별성이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임 교수는 “참석자를 늘린 것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결정된 전략적 노선과 정책 방향에 대한 형식적·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목표 관철을 위한 체제결속의 계기로 삼으려는 의도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전략적 지위 강화”…‘핵미사일 강국’ 연상
또 임 교수는 북한이 이번 회의의 의제로 당 건설·국가 건설·국방 건설을 지목한 점을 주목했다. 정치·사상·경제·군사 문제 등 다양한 주요 현안들을 토의하고 결정하는 회의라는 점을 드러낸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국가의 전략적 지위를 강화한다는 표현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략적 지위’는 과거 북한이 강조했던 ‘핵미사일 강국 건설’ 등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북한은 2017년 이전까지 ‘경제·핵무력 건설 병진 노선’을 내세우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을 무릅쓰고 핵·미사일 개발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지난해 북미 대화 등을 계기로 핵 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등을 중단하고 ‘경제건설 총력 집중’ 노선으로 나선 바 있다. 하지만 2월 하노이 북미 2차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미 관계가 삐걱대면서 북한이 과거 노선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지는 상황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도 “예외적으로 최소한 이틀 동안 진행하는 것을 보면 그만큼 북한이 대미, 대중, 대남, 대러 및 경제정책 방향 등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은밀하게 논의할 내용이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정 센터장은 “국제사회의 초강력 대북제재 속에서도 북한의 입장을 최대한 배려해주고 있는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피해야 하기 때문에 북한이 그들의 새로운 노선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대외에 공개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전원회의 결과는 신년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밝혀질 것”이라며 “현 단계에서 북미 간의 불신과 미국 대선, 인민생활 향상을 통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개최, 중국과 러시아와의 우호 관계 유지 등 전반적인 정세를 감안해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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