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개월간 국민과 정치권의 이목은 검찰개혁에 집중됐다. 그 사이 중요하지만 뒷전으로 밀려난 것이 있다. 자치경찰제 확대 시행을 포함하는 경찰개혁이다. 검찰개혁을 놓고 여야가 줄다리기를 벌이는 동안 경찰개혁은 제대로 된 논의 테이블에도 오르지 못했다. 자치경찰제 도입 등을 담은 경찰법 전부 개정안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됐지만 여전히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그 사이 서울·세종시 등 5개 시도에서 연내 시범 실시하기로 한 자치경찰제는 추진 동력을 잃었고 오는 2022년 전국 확대 실시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이 법안명대로 고위공직자만 대상으로 하는데 반해 자치경찰제를 비롯한 경찰개혁은 전체 국민의 보편적 일상에 고루 작용한다. 경찰개혁은 민생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6월 자치경찰제가 시범 실시 중인 제주를 찾았을 때 아직 미흡한 부분이 있기는 해도 자치경찰은 제주도민의 삶을 서서히 변화시키고 있었다. 지자체와 자치경찰의 협업으로 기승을 부리던 불법 숙박·미신고 운송업에 대한 실효성 있는 단속이 시행되고 불법 축산분뇨 배출이나 산림 훼손 등 환경파괴행위를 지속적으로 적발하고 있다.
검찰개혁은 경찰개혁과 보조를 맞출 때만 완성될 수 있다. 특히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비대해질 경찰권한을 분산하고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보경찰이 정치에 관여하거나 민간인을 사찰할 수 없도록 원천 차단하고, 국가수사본부를 설치해 수사·행정경찰을 분리하는 등 경찰개혁 방안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 경찰개혁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지금까지 검찰에서 나타난 문제가 경찰에서 반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사안이다.
민생 치안 역량 강화를 위한 경찰개혁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다가올 1월이 마지막 모멘텀이다. 정국이 총선모드에 돌입하면 경찰개혁 논의가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20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지만 이제라도 정치권은 경찰개혁 논의의 불씨를 되살려야 한다.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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