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예산안·선거법에 이은 공수처법까지 세 번째 날치기에 분노를 감추지 못한다”며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했다. 이는 한국당을 제외한 4+1협의체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이 30일 찬성 160명, 반대 14명, 기권 3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따른 것이다. 공수처 설치법안에 대해 학계와 정치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치적 중립성, 그리고 일부 독소조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검찰 견제 차원에서 공수처를 고안해냈지만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영향력 아래 공수처장이 정해진다는 점에서 논리적 모순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기사 3·4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적 중립성과 견제장치 부족을 공수처 법안의 핵심적 문제로 꼽았다. 장 교수는 이날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국회는 공수처 도입 자체가 지고지선(至高至善)인 것처럼 얘기하지 말고 공수처를 도입했을 때 실제 개혁의 성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따져봐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견제장치가 없다. 공수처장 선임 절차만 봐도 대부분 정부 여당의 영향력하에 있는 사람들이기에 정치적 중립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4+1 공조체제로 선거법이 통과됐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통해 범여권 정당의 의석수가 지금보다 늘게 되면 공수처장추천위원회의 야당 몫마저 이들이 가져가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도 대표적인 중립성 훼손 요소로 법조계 등에서 우려하는 부분이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 부회장도 “(처장 임명 과정에서) 여당과 청와대의 영향력이 있어 중립성 논란은 불가피하다”며 “이제라도 학계가 의견을 내고 이를 통해 중립성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편 통제가 불가했던 검찰 권력에 대한 견제를 위해 공수처 설치가 불가피하다는 반론도 여전하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역대 대선에서 많은 후보가 공수처 설치를 공약해왔을 정도로 큰 방향에서는 공수처 설치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다만 공수처장 선임 과정에서의 문제 등 정권 개입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귀담아들어야 한다. 검경과 공수처가 추후 3자 협의체 같은 기구를 만들어 세부 조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정연·안현덕·조권형기자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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