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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프라이버시 편집광이 돼야 한다

카라 스위셔

뉴욕타임스 외부 기고가

무차별적인 소비자 정보수집에

개인 프라이버시 엄청난 타격

디지털 정보 스스로 지켜나가야

카라 스위셔/위키피디아




지난주 구글 맵스는 필자의 위치를 알아내지 못했고 아마도 그 때문에 잔뜩 애가 탄 모양이다. 필자는 아이폰에 설치한 구글 맵스 애플리케이션의 현재 위치 접근 버튼을 모조리 꺼버렸다.

‘구글 맵스 앱 사용 중에는 언제건 허용’에서 ‘다음에 문의’로 모드를 바꾸자 필자의 아이폰에는 ‘자동 위치추적 장치를 켜서 편리한 생활을 즐기시라’는 회유성 팝업 메시지가 연달아 떴다. 만약 필자가 ‘위치추적 절대 불가(Never)’ 버튼을 클릭했다면 구글 맵스는 추적대상을 놓친 스토커들처럼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격한 분노를 터뜨렸을 터다.

구글 맵스는 운이 나빴다. 2019년을 마감하면서 필자는 오래된 실리콘 밸리 브로마이드에 적힌 ‘오직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는 슬로건을 디지털 시대의 개인적 주문(mantra)으로 받아들였다. 물론 필자가 채택한 디지털 주문은 인텔의 전설적 창업주이자 전 총수였던 앤디 그로브에 의해 유명해진 모토였다. 그로브는 “비즈니스 성공은 그 안에 파괴의 씨앗을 품고 있다”며 성공을 거둔 뒤 긴장감이 느슨해질 때 숱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고 밝혔다. “성공은 자만심을 낳고, 자만심이 실패를 낳는다”는 주장이다.

지금도 여전히 유용한 충고이긴 하지만 ‘감시 경제’에서 그로브의 모토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읽힌다. 감시 경제에 대한 조예가 그다지 깊지 않은 필자 역시 개인 컴퓨터의 카메라를 가리고, 모든 보안설정을 정기적으로 다시 한다. 또 올 한 해에도 칼럼을 통해 거대한 소셜미디어 업체들과 검색업계의 공룡들 및 전자상거래 회사들의 무차별한 소비자 정보 수집에 관해 수도 없이 경고했다.

우리는 매일 엄청난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소셜미디어와 검색 업체, 전자상거래 회사들은 출력이 대폭 강화된 다이슨 진공청소기처럼 이들을 모조리 빨아들인다. 사용자들이 거대 테크놀로지 업체들의 싸구려 온라인 데이트 상대가 되면서 프라이버시는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우리는 공짜 지도나 실용적 게임, 혹은 근사한 커뮤니케이션 앱을 얻는 대가로 그보다 훨씬 값나가는 우리 자신의 디지털 에센스를 넘겨준다. 중동 전역에서 이미 수백만명이 사용하고 있고, 미국에서도 다운로드 횟수가 가장 높은 앱 가운데 하나인 메시징 응용프로그램 토톡(ToTok)이 개발국인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스파이 도구로 사용된다는 보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디지털 정보관리 체계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게 분명한데도 우리의 경계심은 오히려 느슨해진 상태다.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UAE 정부는 휴대폰에 토톡을 설치한 사용자들의 모든 대화와 동태, 대인관계, 약속, 목소리와 이미지 등을 추적하려고 든다. 이 앱의 개발자들이 누구인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UAE 정부와 연계된 ‘다크매터’라는 음향회사의 조종을 받는 게 분명하다.



NYT의 보도 이후 구글과 애플은 그들의 온라인 상점에서 토톡을 치워버렸다. 그러나 그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데 불과하다. 피해를 초래한 최대 가해자는 바로 사용자 자신이었다. 기사를 위해 포렌식 분석을 담당한 패트릭 워드는 “사람들이 이 앱을 그들의 휴대폰에 다운로드하면, 소비자 감시를 위해 따로 해킹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용자들이 접촉대상과 화상대화 내용, 자신들의 현 위치 등을 휴대폰에 계속 업로드하는 데 테크놀로지 기업들이 추가로 필요로 하는 정보가 달리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사실 우리 모두가 개인정보를 새로운 앱에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우리의 감시자들이 필요로 하는 추가 정보는 거의 없다. 지난주 NYT는 오피니언 섹션에 눈이 번쩍 뜨이는 스마트폰 관련 탐사 기사를 내놓았다.

‘추적 당한 하나의 국가(One Nation, Tracked)’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본적 위치추적 데이터 회사의 핑(ping) 500억개가 설치된 휴대폰 1,200만대의 데이터세트 한 개면 프라이버시 따위는 아예 존재하지 않게 된다. 보고서는 “기업들이 수집한 방대한 소비자 개인정보를 책임지고 관리하지 않는 상황에서 어린이들을 비롯한 수천만명의 미국인들은 낮 동안 주머니 안에 스파이를 넣고 다니다가 밤에는 침대 곁에 남겨둔다”고 지적했다.

스파이의 감시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것은 개인 각자의 몫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우리의 보호막이 돼줄 연방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가주소비자정보법이 효력을 발휘하는 이번주부터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된다. 새로 시행되는 법에 따라 우리는 누가 어떤 개인 정보를 수집해 어디에 판매하는지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에 관한 데이터 삭제를 요청할 권리도 갖게 된다. 이와 함께 16세 미만의 소비자들에 대한 개인정보 판매 또한 금지된다.

반면 연방 하원과 상원에 제출된 프라이버시 보호법안은 연내 법제화에 실패했다. 일부 의원들은 이 모든 일이 2020년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제까지 기록은 그리 고무적이지 않다. 필자가 구글 맵스의 위치추적 장치를 모조리 꺼버린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건강에 집착하는 환자들의 생존확률이 높듯, 개인정보가 위협받는 디지털 시대에는 프라이버시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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