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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에 코드맞춘 위헌투성이"... 공수처법 '헌재 벽' 남았다

■공수처법 통과

"막강 권한 비해 설립 근거 빈약"

보수성향 단체 등 헌법소원 예고

청와대 입맛맞게 처장 임명 가능

전방위 관여로 권력균형 무너져

입법 후에도 사회적 논란 불가피

자유한국당 소속 이주영(가운데) 국회부의장이 3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의장석으로 올라가려다 국회 경위들에게 제지당하자 고함을 치며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표결 막판까지 진통을 겪은 범여권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수정안이 입법부의 산을 넘었지만 이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초헌법적 기구 설치를 강행한 법안 자체의 문제부터 정권에 권력을 더 몰아주게끔 설정한 여러 세부조항들까지 벌써부터 위헌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물론 각종 시민·법조단체들이 헌법소원 제기 의지를 일찌감치 내비쳐 해당 법안은 헌법재판소에서 다시 한번 심판대에 설 것으로 관측된다.

30일 정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일부 보수 성향의 시민·법조단체들은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4+1(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 발의 공수처법에 대해 헌재에 곧바로 헌법소원을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법안 자체가 개헌이 필요한 사항인데다 독소조항이 너무 많다는 이유에서다.

보수 성향 변호사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의 김태훈 회장은 “헌법도 아니고 하위법률에 근거한 공수처장이 국회 동의 절차도 없이 임명돼 검찰총장 위에서 멋대로 사건을 지휘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어떻게든 법을 폐기해야 하므로 가급적 다른 단체들과도 연대해 헌법소원을 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위헌이 분명한 공수처법에 대해 즉각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당수 법조인이 문제 삼는 4+1협의체 공수처법의 위헌 요소는 우선 기소권과 검찰 지휘 기능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진 초헌법적 기구 치고는 공수처의 설립근거가 너무 빈약하다는 점이다. 다른 정부기관과 달리 수사와 기소로 국민의 기본권을 크게 제한할 수 있는 기구인 만큼 헌법으로 근거를 마련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공수처는 막강한 권력기관이자 동시에 국민의 권리를 제약하는 수사기관이기 때문에 반드시 헌법에 설치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원칙적으로도 당연히 헌법에 위배되는 법안이고 세부적으로도 문제투성이”라고 꼬집었다.

설립근거뿐 아니라 처장 임명 절차부터 기관 운영 방향까지 권력에 너무 유리하게 설계된 점도 헌법질서를 중대하게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4+1협의체의 공수처법 수정안은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과 여야 추천 4명으로 구성된 추천위원회가 2명을 추천하면 그중 1명을 대통령이 선택하도록 한다. 법무부 장관과 대법관인 법원행정처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추천위의 과반을 정권 우호적 인사로 채울 수 있게 한 셈이다. 게다가 후보를 복수로 추천하게 하면서 결국에는 대통령 입맛에 맞는 사람을 고르기 좋게 구성했다는 평가다.



추천위원 자격을 갖춘 이찬희 변협 협회장은 “후보를 복수추천할 경우 대법관·헌법재판관·검찰총장처럼 대통령이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고르게 되기 때문에 굳이 추천위를 둘 필요도 없다”며 “차라리 추천위가 단수추천을 하고 대통령이 거부권만 행사하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그렇게 임명된 처장이 별도의 공수처 규칙을 통해 수사 방법부터 검사·수사관 임용까지 전방위적으로 관여할 수 있게 만들어 헌법상 보장된 권력의 균형을 흔들게 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수정안 24조 2항에 뒤늦게 끼워넣은 ‘검경의 고위공직자 범죄 인지 시 즉시 통보 의무’ 조항은 공수처가 다른 수사기관 위에 ‘옥상옥’으로 군림하게끔 한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혔다.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입김이 들어간 사실상의 직속기구가 법관까지 마음대로 기소하게 되면 사법부 위축 효과는 배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김성천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검찰이 비판을 받은 것은 권력과 제 식구를 감싼 부분이었는데 이번 공수처법은 집권여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조직으로 만들어지는 게 가장 큰 위헌 요소”라며 “범죄로부터 자유로울 권리(헌법 10조), 법 앞의 평등(11조1항), 범죄 피해 구조에 대한 국가의 의무(30조) 등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우리공화당 주최로 열린 공수처법 표결 반대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대다수 법조인은 공수처법이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충돌하는 사안인 만큼 헌법소원이 제기되더라도 헌재가 발 빠르게 위헌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봤다. 심판을 하더라도 이미 헌법재판관들이 현 정부에 유리하게 구성된데다 공수처 설치 자체에 대한 국민 지지도 상당한 만큼 위헌 판단을 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직 헌법재판관 출신의 한 법조인은 “공수처뿐 아니라 헌법에 이름도 나오지 않는 정부기구는 많다”며 “검찰에 대한 부분도 체포·영장 등 두어 부분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협회장은 “해외 사례도 있고 국민 대다수가 동의한 것이므로 공수처 자체를 위헌으로 보기는 힘들 것이고 헌재 판단까지 시간도 엄청나게 걸릴 것”이라며 “핵심은 이왕 도입하려면 문제가 될 조항들 없이 법안을 잘 만들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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