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검찰에 체포됐다 보석으로 풀려나 있던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회장이 일본을 떠나 레바논으로 도주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일본 사회에 파문이 일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곤 전 회장이 이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공항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곤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유가증권 보고서 허위기재와 특별배임죄 등의 혐의로 구속된 뒤 올해 4월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을 기다리고 있었다.
곤 전 회장은 일본의 ‘정치적 박해’로부터 빠져나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도 이후 미국의 대변인을 통해 “나는 지금 레바논에 있다”며 “유죄가 전제되고 차별이 만연하고 기본적 인권이 무시되는 잘못된 일본 사법제도의 ‘인질’이 되지 않겠다”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곤 전 회장은 프랑스 르노와 일본 닛산 연합의 경영통합 및 합병 추진에 반대하는 내부세력의 모략에 당했다며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다.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될 경우 징역 15년형까지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됐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곤 전 회장의 출국이 사실이면 일본 국내 사법절차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외교 경로를 통해 레바논 정부에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NHK는 “일본과 레바논 사이에 용의자의 신병 인도 조약이 체결되지 않았다”면서 “일본이 곤 전 회장의 신병 인도를 요구하더라도 레바논 측이 응하지 않을 경우 신병 인도가 매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브라질 출신의 곤 전 회장이 도피처로 레바논을 택한 것은 그가 어릴 적 자란 곳이기 때문이다. 레바논에는 여전히 그의 친지들이 있으며 곤 전 회장의 전처와 현 부인도 레바논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곤 전 회장이 일본 당국의 감시를 피해 레바논으로 도피한 것과 관련해 현재까지는 추측만 무성할 뿐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레바논 방송사인 MTV를 인용해 곤 전 회장이 출국 당시 악기 상자에 숨어 있었으며 레바논에 입국했을 때 프랑스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곤 전 회장에 대한 사법 처리에 반발해온 프랑스와의 외교 관계를 고려해 ‘무단 출국’을 사실상 묵인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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