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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정민의 청춘..그냥 ‘지금 괜찮다’

영화 ‘시동’서 반항아 택일 역

‘동주’로 각종 영화제에서 신인남우상 6관왕을 석권한 후 ‘그것만이 내 세상’ ‘사바하’에 이르기까지 매 작품 캐릭터 변신을 이어온 박정민이 10대 청춘으로 돌아왔다. 박정민은 “’시동’이란 영화의 원작이 마음이 들었다”며 “‘너 하고 싶은 거 해’ 그런 메시지가 좋아서” 이번 작품을 함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원작이 마음에 들었고, 원작의 미덕이 시나리오에 충실히 담긴 작품이다. 택일과 택일의 엄마에 대한 정서가 묵직한 드라마가 마음에 와 닿았다. 엄마랑 자주 싸워서 미안한 적이 많았는데 그 때 기억이 나서 울림을 느꼈다. 영화를 보고 나면 그냥 ‘지금 괜찮다’고 그럴 수 있다고, 그렇게 살아도 된다고 얘기해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

지난 18일 개봉한 ‘시동’(감독 최정열)은 정체불명 단발머리 주방장 거석이 형(마동석 분)을 만난 어설픈 반항아 택일(박정민 분)과 의욕충만 반항아 상필(정해인 분)이 진짜 세상을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배우 박정민은 매를 버는 반항아 택일로 분했다. 올초 개봉한 영화 ‘사바하’(감독 장재현)와 지난 9월 ‘타짜: 원 아이드 잭’(감독 권오광)과는 전혀 다른 결이다. 박정민은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건 하고 마는 무대포 성격인 택일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느꼈다고 했다. 무엇보다 박정민이라는 인간을 숨기고 연기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어서 편했다.

그는 ”‘시동’의 택일이는 실제 박정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저를 잘 아는 사람들은 이번에 너무 연기를 안 했다고 말할 정도이다.”고 털어놓기도.

“괜히 열심히 안 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재미있게 찍었다. 나름대로 두 쪽 다 재미가 있어요.힘들었던 ‘사바하’ 같은 작품을 하고 나면 확실히 ‘나 오늘 뭔가 했어’라는 성취감 같은 것이 들기도 하죠. 이번 영화는 이것저것 해볼 수 있어서 더욱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편이다. 제가 제일 친한 친구들이랑 있을 때 제 모습을 참고했다. 이런 류의 작품을 하면 환기 되는 기분이랄까.”

명문기숙학교로 알려진 고등학교(한일고)를 졸업한 뒤 고려대 인문학부에 입학했다가 자퇴 후, 영화를 하겠다는 꿈을 위해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다시 들어간 박정민. ‘엄친아’로 알려져 있는 박정민은 당시 진로 문제로 부모님과 갈등을 겪었다. 영화 속에서 만날 수 있는 박정민의 불량 청소년 연기에서도 당시의 모습이 묻어나온다고 했다.

박정민은 “저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들이 모범생처럼 반듯하게 만들어줬을 뿐, 실제 생활은 그렇게 반듯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춘기가 좀 늦게 와서 고등학교 때 부모님이랑 선생님 말씀을 진짜 안 들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어떤 면에서는 영화 속 택일보다 심했다. 택일은 그래도 엄마를 엄청 무서워하는데 전 엄마를 이겨먹으려고 했다”고 고백했다.

“기숙사 학교여서 가출은 없었는데 기숙사를 나간 적은 많다. 계속 나가니까 선생님들이 절 약간 포기하셨다. 제가 학교에서 제일 많이 나간 애였을 걸요. 그냥 나가면 PC방 가고 영화보고 그랬죠. 제가 공부를 잘했던 게 아니라, 막판에 발등에 불 떨어져서 공부한 케이스이다. ”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 ‘유열의 음악앨범’ 등의 작품에서 섬세한 연기로 호평받아온 정해인이 ‘시동’을 통해 박정민의 절친으로 분한다. 정해인은 “예전부터 박정민 배우의 팬이라 함께 연기할 수 있어 행복했다”고 팬심을 내보인 바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르지만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은 같은 두 캐릭터를 연기한 박정민과 정해인은 짠함과 웃음을 넘나드는 티격태격 현실 친구 케미를 선사한다.

이에 박정민은 “현장에서 아이디어와 열정이 많은 배우라 연기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라고 애정을 전했다.





영화 속에선 ‘하다 보면 어울리는 일이 되는 거야’라는 대사가 나온다. 이 대사는 박정민에게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을 주는 대사로 다가오게 된다. 그는 “연기가 하고 싶어서 시작했지만 여전히 연기에 어울리는 사람인지 고민할 때가 많다” 며 “‘나도 하다 보면 언젠가 어울리는 사람이 되겠지’란 용기를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속에서 택일은 엄마가 있는 집으로 돌아갈 정도의 ‘딱 한뼘’만 달라질 뿐 180도로 바뀌진 않는다. 박정민은 “이 영화가 좋았던 게 택일이 그렇게 많이 성장하지 않아서 좋았다”고 표현했다.

“택일이는 그냥 집으로 돌아간 거다. 엄마랑 마음을 좀 나눈 정도죠. 막 반항하던 애가 갑자기 모범생이 돼 열심히 공부한 후 검정고시를 볼 것 같진 않다. 영화 속 인물들 모두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데 미성숙한 서로를 통해서 아주 조금 성장하는 모습이 좋다. 특별한 이야기라기 보단, ‘너 하고 싶은 거 해. 지금 괜찮다’ 그런 메시지가 울림을 준다. 택일이가 여전히 상필이랑 오토바이 타고 다니면서 또 사고치고 살지 않을까란 걱정도 살짝 있지만, 이전보다는 덜 사고를 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그래도 최소한 경찰서엔 가지 않을 것 같다.”

한편, 박정민은 차기작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태국 방콕에서 촬영 중이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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