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즈음부터 롯데의 시련은 시작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망원시장 등 주변 시장과의 상생을 강조하며 개발허가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박 시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2016년 11월 전국상인대회에 참석해 “상인들과 상생 없는 롯데복합쇼핑몰은 서울시에 들어올 수 없다”며 “땅을 다시 사들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시기 서울시의회에서는 복합쇼핑몰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김진철 의원의 질의에 “롯데 측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부지 재구매를 검토하고 상생 합의 없이 입점 허가가 이뤄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단언했다. 공교롭게도 김진철 의원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 을지로 대변인을 하다 을지로위원회 추천으로 민주당 비례대표로 시의회에 입성했다. 망원시장 상인회장도 맡고 있다.
2018년 7월 첫 3선 서울시장 당선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상암동 롯데몰은 대형 쇼핑몰과 소상공인·골목상권이 충돌하는 상징적 장소”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말도 했다. “시민 삶을 바꾸는 데 집중한다는 제 약속의 전초(前哨)에 서 있는 문제다.” 상암몰을 자신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도구로 삼아 이용해왔다는 합리적 의심을 하기에 충분하다.
서울시가 얼마나 집요하게 롯데를 괴롭혀왔는지는 지난해 12월5일 감사원이 발표한 감사 결과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부지 매입 이후 롯데는 상생차원에서 대형 마트, SSM을 입점하지 않기로 마포구와 합의하고 2015년 6월 서울시에 관련 내용을 담은 세부개발계획안에 대한 승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시는 같은 해 7월 상생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인근 전통시장과 상생 합의를 추진하도록 요구했다. 롯데는 이를 수용해 전통시장 리모델링 등의 상생 방안을 제시해 인근 16개 시장의 찬성을 얻어냈다. 그럼에도 시는 1곳(망원시장)이 반대해 아직 합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의를 보류했다.
상생을 빙자한 서울시의 억지가 계속되면서 갈등은 송사로 비화됐다. 2017년 4월 롯데가 서울시를 상대로 “세부개발계획을 장기간 결정·고지하지 않은 것은 위법”이라며 부작위 위법확인 행정소송을 냈다. 법원이 조정을 권고하자 롯데는 “2018년 8월 말까지 합의가 결렬되면 직권조정을 통해 2019년 상반기 중 세부개발계획을 결정할 것’을 조건으로 소를 취하했다. 하지만 박 시장이 망원시장과도 합의해야 한다고 지시하자 서울시는 결정을 또다시 미뤘다.
이렇게 사업을 뭉갠 게 벌써 7년 째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서울시의 행태는 자동차를 팔아놓고 사고 날지 모르니 잠재 피해자와 먼저 합의하라면서 키(열쇠)를 안 주는 갑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난해 3월 롯데도 서울시에 공문을 보내 신속한 인허가 진행을 촉구하면서 “허가를 안 해줄 경우 시가 부지를 되사가라”는 호소까지 했다. 오죽하면 감사원마저 “서울시가 법적 근거 없이 심의를 장기간 미루는 등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하고 있다”고 지적했겠는가.
한 조사에 따르면 마포·은평·서대문구 등 상암몰 인근 주민의 90% 이상이 건립에 찬성하고 있다. 강북 개발, 주민 편의와도 연관된 사안인 것이다. 수천개의 일자리 창출까지 기대되는데도 서울시는 6년 넘게 ‘상생’ ‘신중한 진행’ 운운하고 있다. 그러면서 강남·북 균형발전, 일자리를 말하고 있으니 공허하고 염치없다. /sh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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