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26주 4일만에 몸무게 430g의 ‘초극소 저체중’(출생체중 1㎏ 미만)으로 태어난 미숙아 로희가 치료 4개월만에 3.15㎏으로 건강하게 퇴원했다.
2일 고려대 안암병원에 따르면 로희는 지난해 7월 엄마 뱃속에서 지낸 지 26주 4일만에 태어났다. 어른 손바닥으로 덮일 정도로 작았고 자발 호흡과 움직임이 없는 상태였다.
기관지 맨 끝부분에 있는 포도송이 모양의 작은 공기 주머니인 폐포(허파꽈리)가 발달하지 못한 미숙아는 정상 호흡이 불가능해 바로 심박수가 떨어진다. 그래서 바로 기관 삽관과 기계식 인공호흡(양압환기)에 들어간다. 삽관된 튜브를 통해 부족한 폐표면활성제도 투여한다. 로희도 이런 초기 처치로 심박수와 산소포화도가 정상범위로 회복되자 신생아중환자실(NICU)로 이송됐다.
로희는 폐가 성숙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폐에 손상을 줄 수 있는 인공호흡기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적 절차를 밟아 인공호흡기를 떼어냈다. 덕분에 미숙아 망막증은 경증 단계에서 추가 치료 없이 호전됐다.
미숙아는 시청각을 포함한 모든 감각이 미숙하다. 엄마로부터 면역성분을 받지 못한 채 태어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디든 문제가 생기거나 심각한 합병증을 겪을 수 있다. 때문에 자주 들여다보고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적극적 관찰과 접촉 최소화가 중요하다. 작은 접촉도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하거나 뇌실내 출혈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연결될 수 있어서다.
로희도 이런 케어 덕분에 뇌실내 출혈과 같은 신경학적 합병증 없이 건강하게 퇴원할 수 있었다. 치료를 맡았던 허주선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출산 이후 신생아중환자실에서의 치료가 아이의 평생을 좌우할 수 있어 사명감을 갖고 좋은 예후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지난해 서울 동북권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로 지정됐다.
센터 신생아중환자실은 산과와 주 1회 콘퍼런스를 열어 고위험 산모의 상태를 미리 공유, 분만에 대비한다. 다른 과·분과와의 협진에 적극적이고 매달 의사·간호사 연합 세미나를 열어 입원 신생아 케어 관련 지식과 최신지견을 공유한다. 의사·간호사·영양사·약사로 영양공급팀을 구성해 미숙아에게 적절한 영양 공급과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한다. 2주에 한 번 감염관리실과 감염회의도 한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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