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 선수의 용기에 소위 ‘스포츠 미투(Me Too)’ 움직임이 일었고 정부와 체육계는 실태 조사와 대책 마련에 나섰다. 관련 법안 발의도 줄을 이었다. 현재 국회 본회의에 계류 중인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은 지난해 1월부터 4월까지 발의된 법안 9개와 이미 계류돼 있던 법안 2개까지 모두 11개가 통합, 조정된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이 개정안은 폭력·성폭력 등 인권침해 예방조치 및 가해자 제재 강화에 관한 사항과 피해자 구제 등 체육인 보호 시책을 종합적으로 담고 있다고 한다.
시간을 6년 전으로 되돌려보자. 정부는 2014년 1월 스포츠 분야의 4대 악(惡)을 지목하고 척결 의지를 드러냈다. 당시 척결 대상에서도 폭력이 1순위였고 승부 조작과 편파 판정, 입시 비리, 조직 사유화가 포함됐다. 하지만 체육계 폭력은 잊을 만하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법제가 근본 치료제가 될 수는 없다. 스포츠 인권에 대한 인식 변화 없이는 사건 발생과 대책 강화가 반복될 뿐이다. 체육계의 폭력은 상황이 특수하다. 상명하복의 문화가 남아 있어 인권 침해에 저항하기 힘들다. 지도자와 학생 사이는 더더욱 그렇다. 빙상 등의 분야에서 일부 지도자는 ‘권력’으로 군림해왔음이 드러났다. 성적지상주의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고립이나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인권 침해 사실을 드러내지 못하는 부작용이 내재한다.
최근의 대책들은 스포츠 인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특히 선수는 물론 지도자에 대한 인권 교육을 강화한 부분이 눈길을 끈다. 위계질서에 따라 악습까지도 전수될 수 있는 문화 속에 지도자 대상 교육은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지도자는 폭력·성폭력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고 애초에 그런 환경이 조성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4년마다 돌아오는 올림픽의 해가 밝았다. 일각에서는 숫제 엘리트 중심인 스포츠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국민의 사기 진작과 통합이라는 엘리트 스포츠의 긍정적 기능은 무시할 수 없다. 이번 도쿄 올림픽을 개최하는 일본이 엘리트 체육을 다시 강화해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인권 교육의 토대 위에 엘리트 체육의 장점을 살리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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