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 앨런 감독이 2006년에 만든 영화 ‘매치 포인트’는 영국 런던의 관광명소들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준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테이트모던(Tate Modern)’ 미술관이다. 테니스 강사인 남자 주인공 크리스 윌튼(조너선 라이스 마이어스 분)은 파티에서 만나 첫눈에 반한 노라 라이스(스칼릿 조핸슨 분)를 이 미술관에서 재회하고 치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다.
테이트모던은 2018년 방문객 수가 590만명으로 대영박물관을 제치고 영국에서 가장 많은 방문객이 찾는 관광지로 떠올랐다. 하지만 미술관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템스강변에 ‘뱅크 사이드’라는 화력발전소가 세워졌다. 발전소 건물은 영국의 빨간 공중전화박스 디자인으로 유명한 건축가 길버트 스콧이 설계했다. 공해 문제가 부각되면서 뱅크 사이드는 1981년 문을 닫았다. 영국은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오랫동안 방치됐던 발전소를 개조해 2000년에 미술관을 개관했다. 스위스 건축회사인 헤르초크&드뫼롱이 미술관 설계를 맡았다. 테이트모던은 7층 높이의 발전소 내부는 완전히 탈바꿈시켰으나 외형은 그대로 보존했다. 높이 99m의 굴뚝은 밤이면 등대처럼 빛을 내는 ‘스위스 라이트’로 개조돼 미술관의 상징이 됐다.
전시 작품들은 1900년 이후의 미술품들이다. 작품 주제는 풍경·정물·누드·역사 등 네 가지로 분류된다. 이 미술관을 운영하는 조직은 영국 미술품들을 소장·관리하는 테이트다. 1897년 헨리 테이트 경이 설립한 테이트는 런던의 테이트브리튼 외에도 테이트리버풀 등을 운영한다. 정부기관은 아니지만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의 후원을 받고 있다. 최근 테이트모던에서는 가치가 300억원가량으로 추정되는 피카소의 그림 ‘여인의 흉상’이 20대 관람객에 의해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미술관은 국제 현대미술의 메카로 떠올랐을 뿐 아니라 문화적 도시재생 사업의 모델로 손꼽히고 있다. 한국에서도 폐탄광을 미술관으로 개조하는 등 유사한 시도가 있지만 대박이 난 사례는 없다. 최고 전문가들의 혼과 기술, 주민들의 참여가 함께 어우러져야 랜드마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김광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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