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 식탁에 호주산 소고기가 올라갈 수 있는 건 쇠똥구리 덕분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호주 자생 딱정벌레는 1788년 호주에 처음 상륙해 급속도로 늘어난 소들의 똥을 치우지 못했다. 심각한 ‘똥밭’ 문제를 해결해준 구원 투수는 쇠똥구리였다. 소를 키우는 지역에 총 43종, 170만 마리의 쇠똥구리를 풀어놓은 결과 소똥이 사라지고 파리 떼는 눈에 띄게 줄어 호주 축산농가는 골칫거리를 해결할 수 있었다.
신간 ‘세상에 나쁜 곤충은 없다’는 곤충은 귀찮고 징그럽고 쓸모없다는 통념을 깨부수며 곤충의 독특한 생활사와 놀라운 성취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곤충에 대한 99가지 놀라운 이야기를 풀어낸 저자 안네 스베르드루프-튀게손은 현재 노르웨이생명과학대학교(NMBU) 보전생물학과 교수이자 노르웨이자연연구소(NINA) 과학 자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쇠똥구리 뿐만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를 없애는 개미나 실험동물로서 과학의 발전을 이끈 초파리 등을 소개하며 책은 곤충은 사람에게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존재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곤충들이 문제를 해결해온 영리한 방법들은 인간에게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새로운 영감을 준다”며 “곤충은 이 세계가 돌아가게 해주는 자연의 작은 톱니바퀴”라고 평한다. 1만6,000원.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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