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다르다.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 정상들의 연령을 보면 30대 2명, 40대 11명 등 3040이 13명으로 거의 절반에 달한다. 환갑에 가까운(국회의원 평균 58세, 장관 60세) 한국 정치와는 반대로 하루가 다르게 젊고 기민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10일(현지시간) 핀란드에서 세계 최연소 현직 총리이자 핀란드 사상 최연소, 역대 세 번째 여성 총리가 탄생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산나 마린(34) 총리가 주인공이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집권당인 중앙당을 꺾고 1999년 이후 처음으로 제1당에 오른 사회민주당은 30대 중반의 ‘워킹맘’인 마린을 총리 후보로 선출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에는 제바스티안 쿠르츠(33) 오스트리아 전 총리가 자신이 이끄는 제1당 국민당이 연정 구성에 성공하면서 현(現) 총리로 명패를 바꿔 달며 ‘세계 최연소 정상’ 자리를 되찾았다.
39세에 국가 정상이 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빼놓을 수 없다. 2014년 경제산업장관을 지낸 그는 2016년 중도신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를 창당한 뒤 이듬해 대선에서 승리해 프랑스 역대 최연소 대통령이 됐다.
우리나라는 ‘젊은 정치인’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역행한다. 16대 지역구 국회의원 중 30대 이하 비율이 5.7%였고 17대에서는 9.5%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이후 18대 1.6%, 19대 1.2%, 20대 0.4%로 곤두박질쳤다. 40대 이하 국회의원은 덴마크 41.3%, 스웨덴 34.1%에 반해 한국은 1%에 불과하다.
‘젊은 정치’, 왜 우리는 안 될까. 청년정치인들은 이유로 ‘돈’과 ‘인맥’이 지배하는 한국형 정치지형을 든다. 돈도 인맥도 없는 20~30대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는 ‘기울어진 정치판’이라는 얘기다. 시대가 변했지만 정치에 ‘돈’과 ‘조직’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당마다 다르지만 당직비가 월 100만원, 당협위원회(지역위원회) 운영비가 월 1,000만원, 선거운동 비용으로는 3,000만원 이상이 든다. 게다가 정치활동에 필요한 식사비와 각종 경비까지 포함하면 대한민국의 보통 청년들이 쉽게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 청구서로 날아온다.
반면 프랑스나 독일·이탈리아·스위스 등은 기탁금 납부제도가 없다. 마크롱 대통령이 몸담았던 프랑스 사회당은 15~28세 청년들을 대상으로 당비를 면제해주기도 한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마크롱 대통령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다. 우리나라도 청년 정치 지망생들이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게 기성정치인들이 정치문화를 적극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청년들의 국회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만 39세 이상 공직선거 후보자를 대상으로 선거에 필요한 기탁금의 절반인 750만원을 지원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총선기탁금은 그간 청년들의 정치입문을 가로막는 대표적 병폐로 지적돼왔다. 2015년 녹색당은 총선기탁금 납부를 의무화한 공직선거법 56조 1항이 ‘헌법이 보장하는 피선거권을 제한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 김 의원은 “기탁금 50% 감액을 법으로 규정해 20~30대의 정치활동을 금전적으로 지원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민주당은 청년을 대상으로 경선비용을 지원하는 안을, 자유한국당은 선거비용을 대출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수민 의원은 “정치 진입장벽을 낮춰 청년 의원 10명, 20명이 들어오면 국회의 상황은 분명히 달라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창영·김인엽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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