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연봉 1억5,000만원? 줄 수 있다. 근데 그 전에 ‘밥값’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사고가 굳어 트렌드에 뒤처지는 기성 정치인들을 보고 있자니 답답하다.” “핀란드에서는 34세 총리가 나오는 시대인데 우리는 국회의원 절반이 환갑을 넘는다. 시대를 거스르는 정치를 한다.”
지난해 12월 혜화역 2번 출구 대학로의 한 건물 안. ‘그래서 우리가 정치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청년정치네트워크’라는 정치토론모임 행사였다. 그곳에 모인 13명의 청년 정치인들은 기성 정치권을 향한 ‘송곳’ 비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소속도 사상도 달랐지만 좌우를 막론하고 한목소리를 냈다. 메시지는 단순명료했다. “더 이상 우리들의 미래를 저들에게 맡기지 않겠다.”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2030 밀레니얼 세대 정치인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 ‘한국 사회의 허리’ 격인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기에 접어들고 그 자리를 밀레니얼 세대가 점차 대체하면서다. 이들의 사회적 목소리를 대변하려는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옮아가는 정보기술(IT) 혁명의 과도기에 유년기·청소년기를 보낸 세대다. 1980년대생부터 2000년 초중반대생까지를 보통 밀레니얼 세대로 본다. 이 세대는 나이를 먹을수록 강력해지는 ‘꼰대력’에 면역 상태라는 것이 특징이다. “야근하고 가라” “회식 한번 하자”는 상사의 요청에 당당히 “싫다” “나도 내 삶이 있다”고 외친다. 밀레니얼 세대의 본격적인 사회 진출에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중시 풍조도 생겼다. 이런 ‘반항아’적인 면모는 ‘40대는 돼야 어린 티 좀 벗는다’는 정치판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11월 한국당 청년 당협위원장들이 당 지도부에 “당을 해체하라”고 반기를 든 것이 대표적인 예다.
다양한 스펙 역시 밀레니얼 세대 정치인들의 특징이다. 창업 경험은 물론 필라테스 강사, 유튜버, 프로게이머 출신 등으로 다양하다. ‘열공’ 후 명문대→고시 코스→정치 입문이라는 기존의 ‘성공 방정식’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해외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30대 국가 지도자가 나오는 지금, 한국에는 전쟁 전에 태어난 정치인들이 증손자들의 시대까지 대변한다고 한다. ‘단군 이래 최고 스펙’이라는 2030이 꼰대 정치에 반기를 들고 있다.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의 논리에 젖은 기성 정치인들이 가로막고 있는 새 시대의 길, 과감하게 깨부수고 나가자는 열망이 여의도 안팎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방진혁·김인엽·김창영기자 bread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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