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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미국 대선, 남의 일이 아니다

맹준호 생활산업부 차장





더 이상 미국 정치판을 ‘보수 공화당 대 리버럴 민주당’의 양대 세력 구조로 봐서는 안 된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세 개의 다른 생각을 가진 집단이 투쟁하게 된 지 오래라고 얘기한다. 각 세력의 지지를 받는 유력 정치인이 공화냐 민주냐를 선택하는 것은 단지 대통령이라는 목적지로 가는 배를 골라 타는 것에 불과하고 전통적인 양당의 이념적 지향은 이미 의미를 상실했다고 본다.

앞서 언급한 세 개의 세력이란 이렇다. 첫 번째는 자유무역과 자본의 자유를 옹호하는 글로벌 리스트들이다. 군산복합체와 월가, 대기업의 이익을 중시한다. 이들은 공화든 민주든 워싱턴의 기득권 정치인들을 지지한다. 두 번째 세력은 자유무역과 월가 위주 경제구조에 반대하는 보수주의자들이다. 미국의 국가 이익과 미국 노동자의 이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엄격하지 않았던 이민정책이 미국을 망쳤다고 생각한다. 저학력 백인이 이들의 중심이다. 세 번째는 글로벌리즘에 반대하는 고학력 진보주의자들이다. 워싱턴 기득권 정치인의 오랜 정경유착에 염증을 느끼며 미국이 보다 평등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세 세력이 권력을 다투고 있기에 지난 2016년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전형적인 기득권 엘리트 정치인인 힐러리 클린턴을 꺾는 이변이 나올 수 있었다. 세계화와 워싱턴 기득권에 반대하는 고학력자들은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버니 샌더스를 지지했는데 결국 클린턴이 대선 후보가 되자 투표를 포기하거나 트럼프에게 표를 줬다. 샌더스 지지자들은 비록 공화당 후보일지라도 “워싱턴을 바꾸겠다”는 트럼프가 클린턴보다 낫다고 본 것이다.

올해 미국 대선을 앞둔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도 워싱턴 기득권 정치인과 세계화에 반대하는 비(非)기득권 정치인들이 다투고 있다. 조 바이든은 워싱턴 기득권 쪽에 있는 사람이고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샌더스는 좌파 도시인을 대변하는 비기득권 정치인이다. 뒤늦게 뛰어든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미국 10대 부호 중 한 사람이다. 공화당 후보로 2번, 무소속으로 1번 뉴욕시장에 당선됐고 2016년엔 무소속 대선 출마를 고려하다 생각을 접고 클린턴을 지지했다. 월가 출신이고 미디어 제국의 황제라는 점에서 성향은 기득권 정치인과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바이든이나 블룸버그 중 한 사람이 후보가 되면 이번 대선은 세계화 반대 세력(트럼프)과 기득권 세계화 세력이 다시 맞붙는 형국이 된다. 워런이나 샌더스 중 한 사람이 후보가 되면 미국 현대사 최초로 세계화에 반대하는 세력끼리 최고 권력을 다투게 된다.

한국은 이 같은 미국 정치 환경 격변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비록 현직인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이 높다고는 하지만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미국의 아태·한반도 정책은 크게 바뀔 수 있다. 트럼프가 선거에서 이기자 그때서야 그가 어떤 사람인지 황급히 분석했던 2016년의 혼란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북한에 대한 태도, 한미 방위비 분담, 한미동맹, 무역 등 대미 외교통상 전반이 바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트럼프가 세계화 반대 세력의 지지로 대통령이 됐지만 취임하자마자 워싱턴의 강경 보수 정치인과 관료들에게 둘러싸여 북한과 전쟁을 벌일 것 같이 으르렁거리다 나중에야 대화모드로 돌아선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것은 트럼프 개인의 문제이기보다는 미국 정치판에 세 개의 세력이 공존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앞으로도 이 같은 급격한 대미 외교안보통상 환경변화는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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