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는 6일 경제적 불평등 심화 현상에 대해 “소득 격차는 어느 정도 줄었지만 자산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며 “(이를) 세습 자본주의라 부르는데 근절은 불가능하지만 어떻게 완화할 것인가가 정치의 숙제”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MBC 라디오 프로그램 ‘여성시대 양희은, 서경석입니다’에 직접 출연해 경제적 곤궁함을 호소하는 시청자 사연을 들은 후 이같이 답했다. 이 총리는 ‘80 대 20 사회에서 90 대 10 사회가 됐다는 비판도 있다’는 진행자의 말에 “앞으로 격차가 더 심해질 것”이라며 “격차가 심해지면 부자도 행복한 게 아니다. 불편하다. 그 격차를 좁히고 아래쪽을 더 튼튼하게 받쳐드리는 역할을 정부가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 총리의 라디오 방송 출연은 새해를 맞아 일반 청취자들의 사연을 직접 듣고 답을 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 해 추석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해당 프로그램에 깜짝 전화 연결로 출연한 바 있다.
첫 사연은 예순 여섯의 나이에도 변변한 집을 마련하지 못한 채 아픈 몸을 이끌고 여전히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여성의 하소연이었다. 이에 이 총리는 영구임대주택 제도와 차상위 계층의 부담을 덜어주는 건강보험제도 등을 언급했다. 이 총리는 “포용성을 강화하고 복지를 늘리고 있지만 모든 분 개개인의 모든 고통을 덜어드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하지만) 그런 고통을 어떻게 덜어드릴 건지 정부가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 임금, 주52시간제 등 정부의 경제 정책과 현장의 괴리감을 지적하는 청취자 사연도 있었다. 이 총리는 “최저 임금은 작년에 3% 밑으로 인상 속도가 조절됐고 4대 보험 가입에 대해서는 일정한 정도의 지원이 있다”며 “일자리안정자금 등 지원책을 총동원해서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또 그는 “주 52시간제도 50~299인 이하 사업장에 대해서는 계도기간을 더 두기로 했다”며 “국회가 곧 그 법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불, 메르스 그리고 젊은 군인·공무원 순직
이 총리는 ‘2년 7개월의 재임 기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잊을 수 없는 순간 세 가지를 말해달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강원 산불, 메르스 그리고 젊은 소방·경찰 공무원 등의 순직을 꼽았다.
관련기사
이 총리는 “책임의 무거움을 통감했던 건 작년 봄 강원 산불 때 불로 모든 걸 잃어버린 아주머니 한 분이 고성 대피소에서 어깨에 기대 우실 때 (였다)”며 “정부가 어디까지 도와줄 수 있을까, 산불 이전으로 돌려줄 수 있을까 (생각했던) 그 순간이 기억난다”고 답했다. 또 이 총리는 “가장 긴장한 건 재작년 메르스 때인데 다행히 사망자 없이 38일 만에 상황이 종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가장 슬펐던 순간은 군인, 경찰, 소방관 특히 젊은 분 순직했을 때 조문을 가면 어쩔 줄 모르겠다”며 “제 자식보다 젊은 사람이 일 때문에 생을 마감하면…”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 총리는 지난 달에도 독도 순직 소방대원의 장례식장을 찾아 직접 조문했다.
이 총리가 퇴임을 앞두고 정치권 복귀를 선언했다는 점에서 정치판 자체를 비판하는 문자도 방송 도중 쏟아졌다.
이 총리 역시 “답답하게 생각한다”며 “단지 총선이 끝나고 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총리는 “이번에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제한된 범위에서나마 다당제가 보장된다”며 “(양대 정당이) 중간에 있는 제3, 4, 5당과 손잡기 쉬운, 더 매력 있는 당이 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또 이 총리는 “관심을 안 가지면 정말로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당선될 가능성이 그 만큼 높아진다”며 정치 무관심을 경계했다. 이 총리는 “덜 나쁜 사람이라도 골라줘야 한다. 기권하면 제일 싫은 사람이 당선된다”면서 유권자 권리 행사의 중요성을 한 번 더 강조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