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을 하게 되면 그 결과 경찰이 지금보다 비대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에 대한 국민적인 걱정이 있을 수 있고 자치경찰제로 경찰 권력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난해 2월 문재인 대통령은 국정원·검찰·경찰개혁 전략회의에서 검경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전국 14만명에 달하는 경찰이 수사개시권뿐 아니라 수사종결권까지 손에 쥔다면 그 권한이 너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문 대통령은 경찰 수사권 강화에 발맞춰 전국 경찰을 수사를 전담하는 ‘국가경찰’과 생활안전·교통·여성청소년 등 민생치안활동을 하는 ‘자치경찰’로 나눠 그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고 밑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자치경찰제 도입을 위한 경찰청법 개정안이 발의된 지 22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만 자치경찰제가 시범 도입됐을 뿐이다. 오는 2022년까지 전국에 자치경찰제도를 확대한다는 계획표마저 어그러지는 상황이다. ‘검찰 힘 빼기’를 이유로 경찰에 권한을 섣불리 나눠준다면 ‘경찰개혁’이라는 또 하나의 과제를 떠안아야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국 14만 경찰에 수사권한 강화…“중국 공안” 우려=국회 본회의 상정을 눈앞에 둔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의 검경수사권 조정안은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와 ‘경찰 수사종결권 부여’가 핵심이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195조는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수사, 공소 제기 및 공소 유지에 관하여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수사관·경무관·총경·경정·경감·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모든 수사에 관하여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는 현행법 196조를 수정한 내용이다. 경찰이 검찰의 ‘지휘’를 받는 존재에서 ‘협력하는 존재’로 바뀌었다.
검찰 역시 경찰과 동등한 위치에서 공조해야 한다는 점은 인정한다. 문제는 경찰이 검찰의 수사지휘에서 벗어남으로써 경찰 권한이 지나치게 커진다는 점이다. 이미 경찰은 14만명이라는 거대한 인적구성과 전국에 깔린 정보망을 가졌다. 이러한 경찰조직이 통제될 수 있었던 것은 검찰이 그 수사를 지휘했기 때문이다. 경찰이 독자 수사권을 가진다면 그 통제권을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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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6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한 우려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금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 출석해 “지금 수사권 조정 법안은 대단히 방향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온 수사권 조정 법안은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대폭 축소한 법안”이라며 “정부가 특수부를 줄였는데 수사지휘권도 폐지하면 검찰 권한은 양쪽이 줄어들고 경찰은 양쪽으로 늘어난다. 이게 균형이 맞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검사의 지휘 없이 수사하고 불기소 사건을 종결하는 것은 중국의 공안”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警 사건 자체종결 시 ‘제2의 버닝썬’ 나올 수도=경찰이 자체적으로 수사를 종결한다면 수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 등의 문제를 무마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현행 형소법 196조는 ‘사법경찰관은 범죄를 수사한 때에는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지체 없이 검사에게 송부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4+1안은 ‘1.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고,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송부해야 한다. 2. 그 밖의 경우에는 그 이유를 명시한 서면과 함께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지체 없이 검사에게 송부해야 한다’고 바꿨다. 즉 지금은 경찰이 범죄 수사를 마치면 검찰에 송치해 검사가 사건을 종결했으나 혐의가 있는 사건만 송치하고 무혐의 사건은 자체종결하도록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토착세력과 결탁해 사건을 덮어버릴 가능성도 있다. ‘클럽 버닝썬 집단폭행 사건’ ‘신안 염전 노예 사건’ 등이 그 사례다. 2018년 11월 서울 강남구에서 발생한 ‘버닝썬 클럽 폭행 사건’에서 강남경찰서의 윤모 총경은 클럽 주인이었던 가수 승리씨와 유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당시 경찰은 윤 총경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그러나 경찰이 자체 수사종결권이 있었다면 사건이 아예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았을 수 있다. 검경수사권 조정 이전에 경찰의 신뢰도부터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경찰 측은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갖게 되더라도 검사와 사건관계인, 수사심의위원회 등 다수의 통제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는 만큼 수사권 남용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 관계자는 “모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 검사의 독자적 판단으로 종결하는 것보다 경찰의 수사종결 이후 검사가 추가 점검하는 절차가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 개방직 국가수사본부장 신설과 관서장의 구체적 수사지휘권 폐지 등 제도적 보완을 통해 일반경찰의 수사관여 가능성을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헌법의 檢 ‘영장청구권’ 침해…“개헌부터 해야”=‘영장심의위원회’를 두는 검경수사권 조정안이 현행 헌법과 어긋난다는 주장도 있다. 4+1안 형소법 221조의 5는 ‘검사가 경찰의 영장 청구를 정당한 이유 없이 판사에 청구하지 않으면 영장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신청할 수 있다’고 정했다. 영장심의위는 각 고등검찰청 검사장 10인이 위촉한 외부위원들로 구성된다. 그러나 헌법 12조 등은 ‘검찰의 영장청구권’을 규정하고 있다. 검사가 아닌 이가 영장청구를 결정하므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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