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서정시의 감성을 스페인어권 독자들이 공감하고 한국 문학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지난해 12월 말 스페인어 번역시집을 출간한 김수복(67) 단국대 총장은 7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인간의 삶 속에서 자연의 숨결을 발견하고 그 연결성을 추구하려는 시적 노력을 해외 독자에게도 소개하는 기회가 돼 기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시집은 시인인 김 총장이 2015년 등단 40주년을 맞아 펴낸 시집 ‘하늘 우체국(서정시학 펴냄)’을 번역한 것으로 스페인에서 해외 문학을 소개하는 대표적 출판사 ‘베르붐’이 ‘카사 데 코레오스 셀레스티알(Casa de correos celestial·하늘의 집)’이라는 제목으로 펴냈다. 김 총장의 시 ‘봄의 꽃’ ‘목련이 떨어지는 경우’ ‘한반도’ ‘동백’ 등 80편이 1·2부로 나뉘어 실렸다. 김 총장의 번역시집은 지난 2015년 미국에서 같은 시집을 영문 번역해 펴낸 ‘비팅 온 아이언(Beating on iron·철을 두드리며)’ 이후 두 번째다.
김 총장은 “미국 출간 때 버클리대 등 현지 대학생들과 시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스페인 출판사는 앞으로 더 많은 시를 소개하고 싶다고 전해왔다”고 설명했다. 베르붐은 김 총장 시집이 한국의 이국적인 이미지를 절제된 서정적 언어로 전달하고 인간과 자연의 정서적 대응으로 깊은 시적 기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김 총장은 “우리는 일상의 리듬과 자연의 리듬이 소통하는 자연 친화적, 일체적 관념이 있는데 그것을 상상력을 동원해 시로 표현했다”며 “인간의 삶과 자연을 대립적으로 보는 서양의 시각·인식에서는 한국의 시를 통해 새로움을 만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번역은 마상영 단국대 스페인어과 교수가 맡았으며 한국문학번역원이 출간을 지원했다. 마 교수는 한국 대표 시인 정지용의 시집 ‘향수’를 번역해 스페인에 소개한 바 있다.
올해로 등단 50주년을 맞은 김 총장은 세계 속에서 한국의 시의 한계를 벗어나려면 한국적 특성을 좀 더 깊이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정시도 너무 자연에 몰입되지 않고 사회적 문제와 역사적 질곡에서 자유로워 지고자 하는 열망이 투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문학이 소외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김 총장은 “인문학 가운데 문학은 핵심”이라며 “문학은 어느 학문하고도 결합될 수 있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학문이다. 대학생들이 문학과 인문적 소양을 갖춘다면 자연·기술 분야의 학문에서도 창의성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학도 학생들이 창의성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커리큘럼과 학제 및 교육방법을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등단 후 14권의 시집과 문학이론서·인문서를 출간한 김 총장은 한국문학신인상·편운문학상·서정시학작품상·한국시인협회상 등을 수상했으며 한국문예창작학회 회장, 한국가톨릭문인회 이사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8월 간선제를 통해 단국대 첫 동문 총장에 선임됐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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