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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 속 서울대 박사도 비정규직·미취업 심각

미취업 비율 최대 20%, 비정규직은 60%

인문대 졸업자 10명 중 6명 정년 보장 안 돼

자연대 수리과학부도 10%는 직업 없어

서울대 정문 전경.




사상 최악의 고용 한파 속에 서울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더라도 상당수 졸업생은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단과대학은 미취업 상태 졸업생 비율이 2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고 취업을 하더라도 비정규직 비율이 60%가 넘는 곳도 있었다. 특히 국내 최고 대학의 박사 학위 소지자들도 졸업 직후 취업에 애를 먹으면서 일부는 40대 초반까지도 미취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서울대에 따르면 이 학교 총장 직속 자문기구 다양성위원회는 최근 ‘서울대 비전임 전업인력 경력 경로 및 지원 방안’ 보고서에서 지난 2011~2015년 인문·사회과학대학, 자연과학대학 수리과학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졸업생의 현재 취업상황을 공개했다. 서울대가 주요 단과대학별로 박사 졸업생들의 취업정보를 구체적으로 조사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다양성위에 따르면 이 기간 사회과학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졸업생(196명) 중 취업정보가 확인된 학생은 99명이며 이 중 미취업 비율은 18.2%(18명)나 됐다. 정규직 취업 비율은 62.6%(62명), 비정규직은 19.2%(19명)다. 정치학 6명, 지리학 4명, 사회학 3명이 미취업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학 박사 졸업생 2명도 직업이 없었다. 사회과학대학 박사 졸업 당시 평균 나이가 30대 중반인 점을 고려하면 현재 나이가 30대 후반이나 40대 초중반임에도 상당수가 미취업 상태이거나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양성위 측은 “취업 형태가 파악되지 않은 학생 수를 고려하더라도 미취업과 비정규직의 비중이 높은 편”이라며 “표본이 크지는 않지만 일부 학과의 통계치는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인문대학 어문계열 및 협동과정(인지과학·비교문학·공연예술학) 박사 학위 취득자들의 취업 사정은 더 열악한 편이다. 취업을 하더라도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곳에서 근무하는 비율이 높았다. 이 기간 졸업생 138명 중 취업정보가 확인된 사람은 110명인데 시간강사·연구원·포닥(박사 후 연구) 등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60.9%(67명)였다. 43명(39.1%)만 교수·조교수·부교수 등 전임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박사 타이틀을 가졌더라도 순수학문 전공자들은 취업시장에서 고전하는 것이다.



자연과학대학 수리과학부에서도 ‘박사 실업’ 사례가 나왔다. 이 기간 수리과학부에서 순수수학을 전공한 박사 졸업생은 43명인데 9.3%(4명)는 현재 직업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을 했더라도 직업 및 연구 안정성이 보장된 전임 교원(15명·35%), 연구소 연구원(7명·16.3%), 대기업 취직(2명·4.6%)의 비율은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대학 연구원(9명·21%), 비정년 교원(2명·4.6%), 대학 강사(2명·4.6%), 학원 강사(2명·4.6%)로 일하는 졸업생도 상당수다.

서울대 측은 이들의 취업 경로가 학계 중심으로 한정된 점, 다른 대학에서 과도한 박사 학위자들이 나오는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다양성위는 “인문대 등은 박사 학위 취득 후 일반 기업이나 연구소에 취직한 경우가 극히 드물 정도로 대부분 학계에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다른 대학에서도 박사가 다수 배출되면서 소수를 제외하고는 장기적으로 비전임의 길을 걷는 등 취업 상태가 열악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A씨는 “비전임으로 근무해오다 원하는 직장을 구하기 어려워 포기하고 무직 상태인 졸업생들도 있을 것”이라며 “같은 서울대 박사라도 이공계에 비해 취업 통로가 좁은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에 학계에서는 순수학문 박사 학위 취득자들이 정규직장을 가질 때까지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연구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한 대학교수는 “순수학문을 전공한 박사들이 졸업 후 바로 원하는 직장을 갖기는 쉽지 않은 구조”라며 “학계에서 전임으로 활동하거나 외부에서 정규직장을 가지기 전까지만이라도 안정적으로 연구와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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