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8일 미국을 상대로 ‘피의 보복’에 나서는 등 중동에서 전운이 급격히 고조되면서 미국의 대이란 정책이 대북 정책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대외 정책 중심부에 이란이 자리 잡게 되면 북핵 문제가 주변부로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은 현재까지는 북핵 협상에 대해 여전히 희망적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일단은 중동 상황을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청와대는 현재 상황을 시시각각 보고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교민 안전을 최우선이라고 강조하면서 미국의 대북 정책에 미칠 가능성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동 상황이 북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예단해서 말씀드리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다”며 “북한이 이 부분에 대해 어떤 식으로 반응할지도 예단해서 말씀하기 아직 이른 감이 있다”고 답했다.
북한은 미국의 이란 군부 실세 제거 작전이 감행된 후 아직 미국을 직접 비난하는 성명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도 나름대로 상황 관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부분이다.
미국도 한반도에서마저 강경 정책으로 선회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선이 있는 해이고 이란과 북한이라는 두 가지 핵 관련 위기에 직면했는데 해결에 낙관적이냐’는 질문을 받자 “북한에 대해서 우리는 길을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데 여전히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과거 걸프전이나 리비아 사태 때와 같이 무력 충돌이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할 경우 북미 협상 탄력 약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신년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을 제안하는 등 남북 관계 재개 의지를 내비쳤지만 북미와 남북 관계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갈 수밖에 없어 북미 관계가 주춤할 경우 남북 관계 역시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전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가 문 대통령이 밝힌 남북 협력 방안에 대해 “미국과 협의로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한 데 대해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한 나라의 대사가 한 말에 대해 청와대가 일일이 답변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며 우회적으로 불쾌함을 드러냈다. 통일부 역시 “우리나라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라고 강조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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