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탁이 우의정으로 재직할 당시 전쟁을 종합적으로 지휘하는 과정에서 업무상 접한 각종 문서를 후손들이 약 100년 후에 정리한 임진기록은 조선과 명나라, 일본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국제전쟁에서 조선이 겪었던 전쟁과정과 국가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이 담겨 있다.
수록된 주요 내용을 보면 삼도수군통제사 충무공 이순신이 명나라의 전투중지 명령인 ‘금토패문’(禁討牌文)에 대해 강력한 전투의지로 반박했던 장계가 있다. 금토패문은 1954년 3월 명나라의 선유도사 담종인이 일본군과 싸우지 말라고 이순신에게 보낸 통지문이다.
비변사에서 영의정 유성룡의 군비확충 및 군사훈련에 대한 대책을 선조에게 보고한 계본(啓本) 등 전투상황에 대한 조선군 보고서가 담겼다. 계본은 조선시대 임금에게 중요사안을 보고할 때 제출하던 문서 양식이다. 일본군 가토 기요마사가 명나라군 총병관에게 화해를 청하며 보낸 편지도 수록됐다
임진왜란 기간 중 한·중·일의 정치, 군사 공조와 갈등이 기록된 임진기록은 사료적 가치에도 전문적 해독 지식이 필요한 조선과 명나라의 고문서가 수록돼 전쟁사 연구에 활용되지 못했다. 중문학을 전공한 한국외국어대 이민숙 교수와 이화여대의 이주해 교수가 번역을 맡았다. 군사편찬연구소의 김경록 선임연구원이 ‘국제전쟁으로서 임진전쟁을 기록한 군사문헌, 임진기록’이란 제목의 ‘전문해제’를 썼다. 전문해제는 상당한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분야에 대한 설명을 말한다. 이번에 완역된 임진기록은 약포 정탁이 이순신 장군 등의 장계를 모아 초서로 기록한 기초 자료를 정탁의 후손들이 엮은 ‘임진기록’(초서)을 1993년 국사편찬위원회가 파초(破草: 초서체를 정자로 옮김) 과정을 거쳐 제작한 한자 영인본을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다.
완역본은 이달 13일부터 군사편찬연구소 누리집(www.imhc.mil.kr)를 통해 무료로 열람할 수 있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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