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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연자, 한국 대표 실버모델을 꿈꾸다

미즈실버코리아 은상 안연자씨

나이 60 앞두고 인생3막 열어

미인대회 이후 “나에겐 시작이 되겠구나”

“드라마 속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랄까. 처음으로 나의 인생 성공기를 경험한 듯 내가 내 모습을 보고 행복했어요.” 지난해 11월 2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9 미즈실버코리아’ 대회에서 은상을 받은 안연자씨는 이번 무대가 “어릴 적 꿈을 이루게 해준 소중하고 값진 경험”이었다고 했다.

‘미즈실버코리아’는 50세 이상 여성들에게 꿈과 용기. 그리고 도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종합예술축제로 여성의 건강한 삶과 아름다운 삶을 찾는 것에 취지를 둔 대회다. 참가자들은 이번 대회를 위해 매주 진행되는 ‘아름다운 교육’에 참석하고, 시니어 모델로 거듭나기 위한 인고의 땀을 흘렸다.





◇ 아픈 기억→소중한 추억으로..러브스토리를 간직한 여인

안씨는 168㎝의 큰 키로 젊을 때 “모델 하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지만, 자신의 길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엄마가 손 바느질로 한복을 만드시고 재봉틀을 밟는 모습을 보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형제들이 많은 탓에 제 몫을 찾지 못하고 그 꿈을 포기해야 했고 그 꿈을 평생 가슴속 깊이 묻어 둔 채 60이 다되도록 열심히 앞만 보고 살아왔단다. 이제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안연자’란 당당한 이름을 되찾고 제 3의 인생을 좀 더 아름답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 미인대회에 도전했다.

이번 대회 참가는 남편의 권유였다. 남편은 “60살이 되는 해에 한국 최고의 드레스랑 제일 멋진 왕관을 씌어주겠다”고 약속했다. 결혼식 때 멋진 드레스를 입혀주지 못한 게 평생 한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남편의 적극적인 지원은 제대로 빛을 발했다. 매 교육 스케줄 마다 손수 운전을 해서 교육장소로 데려 다 주는 가 하면, 대회 당일 날엔 아내의 가장 아름다운 사진을 새긴 플래카드를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흔들어준 이도 남편이었다.

“운동을 했던 남편을 만나 고생을 많이 했어요. 때로는 두 아이의 엄마로 때로는 이국땅에 남편을 보내야 했던 아내로서 삶의 무게를 감당해야 했기에 소망은 간절 했지만 그 꿈을 가슴 한구석에 접어 두어야만 했죠 . 그러던 중 남편에게 ‘미즈실버코리아’ 라는 미인대회 선물을 받았죠. 당신이 하고 싶은 것 다 해보라고 하면서요. ‘너무 행복해요’ 꿈이 이루어졌잖아요. ”

이번 대회에서 은상과 스타상을 동시에 거머쥔 안연자씨. 귀를 팔랑거리게 하는 유혹과 휘날리는 바람에도 끄덕 하지 않고 당당하게 서 있는 사람이 바로 안씨였다. 대회를 통해 SBS 모닝와이드, 채널A 닥터지바고 등에 출연섭외를 받으며 누구보다 바쁜 미즈가 됐고, 당당함과 파워가 넘쳤다. 그렇게 빛나는 순간을 누리고 있었다.

잉꼬부부로 잘 알려져 있지만, 안씨부부에게 행복한 순간만 있었던 건 아니다. 30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 살아오면서 시련과 고통을 겪기도 했다. 운동선수 출신인 남편이 큰 사고를 당했고, 안씨 역시 건강에 이상이 생겨 잠시 먹구름이 끼기도 했다. 하지만 역경 속에서 두 부부는 상대의 소중함을 더욱 깨달았단다. 안씨는 “사고 이후 건강을 잃었지만 또 다른 깨달음을 얻었다”면서 “너도 그리고 나도 소중하고, 우리 부부가 정말 서로에게 절실하다는 마음이 커졌다”고 했다.

그간의 고통과 시련이 결코 녹록하지는 않았겠지만 안씨의 얼굴에선 러브스토리를 간직한 여인만이 내보일 수 있는 행복감과 애틋함이 묻어나왔다. 남편과 함께 출연한 TV출연은 그래서 더 의미깊었다.

“이 대회를 통해서, 내 가슴 속에 아픈 기억 그리고 소중한 추억을 꺼내서 여러 사람이랑 공유를 할 수 있었어요. 그러고 나니 소중한 추억이란 생각이 커졌어요. 마치 나의 인생 성공기 같은 느낌이랄까. ‘드라마 속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죠. 이번 대회로 인생의 너무 많은 걸 얻었다고 생각해요. 남편과 둘이 정말 많은 걸 얻었다고 말하면서 행복해했어요. 사실 이 대회를 안 나왔으면, 제 기사가 신문이나 TV에 나오고 그러겠어요. 호호호”



◇ 사랑·희생·배려가 낳은 또 하나의 행복

안씨의 별명은 “해피바이러스”이다. 별명 그대로 긍정에너지가 넘쳐났다. 안씨는 “저만 보면 웃음이 나온다고 해서 ‘해피바이러스’란 말을 듣고 살았다“ 면서 ”어려서부터 형제들이 많다보니, 더불어 함께 행복하자는 생각을 항상 하고 살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무대가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한 소중하고 값진 경험”이었다고 했다. 한마디로 ‘신천지’를 경험했다고 했다. 힘든 과정 속에서도 삶의 목표를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도전해 다양한 분야에 자격증을 취득한 안씨는 “그 전엔 먹고 살기 위해 일했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미인대회는 또 다른 세계를 알게 했다. 앞만 보는 게 아닌 옆과 뒤, 주변을 돌아보게 했기 때문이다. ‘멋있어진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알게 했다.

“미인 대회에 나간 뒤론 제 걸음걸이에 파워가 넘치게 됐어요. 제 워킹이 멋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당당해졌죠. 모두가 나에게 시선을 집중한다는 짜릿함이 뭔지 알겠어요. 예전엔 헬스장에서 저에게 관심을 주신 분이 없었는데, 대회 나온 다음엔 많이들 알아봐주셨어요. 걸음걸이, 머리스타일 등이 달라졌죠. 예뻐진다는 것, 멋있어진다는 의미를 제대로 알았습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의 연속에서 즐거움이 컸다고 밝힌 안씨는 한달, 두달, 그리고 10개월 후 그렇게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고 했다.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충실히 교육에 임한 결과 무대에서 ‘스타상’을 거머쥔 점 역시 잊을 수 없다. 그는 “60이 다 된 사람이 ‘스타상’ 을 받다니, 너무나 행복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대회 준비기간 동안 안씨를 기쁘게 한 건 따로 있었다. 늘 엄마이자 아내의 몫으로 여겨졌던 사랑, 희생, 배려를 가족들에게 받았다는 점이다. 엄마의 끼를 그대로 물려받은 아들은 현재 배우로 활동 중이다. 그는 “내가 인생을 잘 살아왔구나”라고 느껴져 더욱 행복했다고 털어놨다.

“본 대회에서 가족들의 환호성이 쏟아졌어요. 남편이 ‘당신이 최고였어’, 우리 아들이 ‘엄마가 최고였어’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뿌듯했어요. 제가 대회 당일 날 힘들지 않게 저희 남편과 아들이 계속 응원을 해주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죠. 저 보다 행복한 사람이 있을까 싶었죠. 대회를 준비하는 1년의 시간동안 아들과 남편이 청소와 빨래를 도맡아서 해줬어요. 가족의 사랑, 희생, 배려를 받으면서 너무나 좋았죠.”



◇ 나이 60 앞두고 인생3막 열어

동안 외모를 지닌 안씨는 올해 60세를 맞이했다. 60이 다 되어서야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보니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꿈을 펼칠 기회가 ‘바로 지금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한 삶’은 노년이 행복해야 한다는 말을 실천 중이다. 현재 체형교정 센터를 운영 중인 안씨는 일터에서 열심히 일한 뒤, 저녁 시간엔 헬스장에서 땀을 흘리면서 하루의 마지막 시간을 정리한다고 했다. 15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실천하고 있는 건강한 일정이다. 안씨는 “제 3의 인생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60이란 나이가 ‘정말 좋은 나이구나’ 느껴요. 제 3의 인생이 시작된 거죠. 남들은 60이 되면 퇴직을 하고 편안히 여생을 즐기라고 해요. 일명 소극적인 삶을 먼저 떠올리는데, 전 적극적인 삶을 살 시기가 바로 60이라고 생각해요. 마음 놓고 모든 걸 해볼 수 있는 나이이자 자기를 개발할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지금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20대 못지 않게 건강한 몸을 유지해야겠죠. 그래서 헬스로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건강한 몸을 단련시키고 있어요. 세상을 넓게 보고, 모든 것을 품을 수 있는 포용력이 넘치는 나이가 바로 60이니까요.”

가장 빛나는 무대 위에서 화려한 옷과 반짝이는 왕관을 쓸 수 있어 행복한 게 아니었다. 그는 “이 기쁨을 느낄 수 있다는 자체가 행복이었다” 며 “행복의 기준이 따로 있는 게 아닌, 행복은 기쁜 마음에서 머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한가지 더, 외적으로 얼굴이나 몸매를 가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했던 건 ‘내면을 채워가는 사람이 진정한 미인’이다는 점이다. 그는 정말로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미인이 되고자 새로운 인생을 계획 중이었다.

◇ 또 다른 시작점에서...“모든 패션을 섭렵하는 런웨이 실버모델 되고파”

안씨의 꿈은 한국을 대변하는 실버모델이 되는 것이다. 결혼 후에는 힘든 인생 역경을 거치면서 모델 활동을 중단했다가 66세에 제2의 인생에 재도전한 세계 최고령의 실버모델 카르멘델로피체가 롤모델이다. 백발의 모델 카르멘델로피체 사진을 벽에 걸어 놓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학업을 선택했고 현재 초보 시니어모델로 활동 중이다.

모델학과 새내기로 대학생활을 즐기고 있는 안씨는 “어떠한 길을 가든 내가 가야 할 길을 차근 차근 닦아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모델학과에 지원하게 됐다고 했다. 모든 패션을 섭렵하는 런웨이 실버모델의 꿈을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안씨는 100세 시대인만큼, 더 많은 중년 여성들이 ‘나’를 포기하지 말고 새 인생을 여는 도전에 나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씨는 실버들을 위한 ‘건강한 센터’를 꿈꾸고 있었다. 노년 문화를 활기차게 변화시키고 노년 문화에 대한 인식을 개선 시키는 데 일조를 하고자 했다. 또한 미인 대회 끝나고 이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안씨는 화려한 막이 내렸을 때를 줄곧 그려봤다고 했다. 그래서 더더욱 열심히 나를 찾아가는 연습을 했던 것.

“무대 위 불이 꺼지는 순간, 바로 그때가 ‘나에겐 ’시작이 되겠구나‘ 고 생각했어요. 미즈실버코리아란 미인대회가 저 안연자가 인생에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고, 거기서 더 나아가 학업이란 선택을 할 수 있게 원동력을 제공했어요. ’불이 꺼졌을 때 나는 어디에 서 있어야 하지?‘란 질문이 저에게 용기를 준거죠. 대학을 다니면서, 20대 못지 않게 열심히 준비해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시험을 보면서 ’이 나이에도 할 수 있구나‘라고 스스로 대견하게 느껴졌어요.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싶어요.”

“젊은 시절에 요양원 봉사도 틈틈이 다니곤 했는데, 예전부터 노년 문화, 실버 문화에 관심이 많았어요. 실버들의 레크레이션이 보다 세련되고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으면 해요. 댄스, 뷰티, 사진 촬영, 패션 쇼등 그 모든 걸 실버문화와 접목시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10년 이후를 내다보고 있어요. 실버들이 놀 공간이 없는 게 사실이잖아요. 많은 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함께 우정을 나누면서 배우고 즐기는 건 좋은 일이잖아요. ‘마지막 결과가 정말 좋은 그런 공간’ ‘실버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 게 저의 큰 꿈입니다.”

[사진=양문숙 기자]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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