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 총통이 지난 11일 치러진 총통선거(대선)에서 역대 최다 득표로 재선에 성공했다. 차이 총통이 집권 2기에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을 거부하고 독자노선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국이 경고의 표시로 대만에 대한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됐다.
12일 대만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선거에서 집권 민주진보당 후보인 차이 총통은 총 817만231표(57.1%)를 득표해 552만2,119표(38.6%)를 얻은 국민당 후보 한궈위 가오슝시장을 264만여표 차이로 누르고 15대 중화민국 총통에 당선됐다. 또 친민당의 쑹추위 후보는 60만8,590표(4.3%)를 얻는 데 그쳤다.
차이 총통은 이번 선거에서 1996년 대만의 총통 직선제 시행 이후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라는 새 기록을 세웠다. 앞서 최다는 2008년 대선에서 마잉주 당시 국민당 후보가 얻은 765만9,014표였다. 차이 총통이 이번에 확보한 지지율도 4년 전 당선 때의 56.1%보다 1%포인트 더 높아졌다. 젊은 유권자들이 적극 참여한 이번 대선에서는 1,931만명의 유권자 중 1,446만명이 투표해 74.9%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는 2016년 대선 때의 66.3%보다 크게 증가한 것이다.
또 이날 대선과 함께 치러진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민진당은 전체 113개 의석 중 과반인 61석을 확보했다. 국민당은 38석에 그쳤으며 그 외에 민중당이 5석,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시대역량이 3석을 각각 차지했다. 차이 총통이 의회에서도 안전적인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총통 재선의 일등공신이 홍콩 시위와 중국의 압력에 대한 대만인들의 반중 감정임을 감안한 듯 차이 총통은 당선 확정 후 일성으로 대만의 독자노선을 내세웠다. 차이 총통은 11일 저녁 민진당 선거운동 앞 무대에서 “이번 선거는 주권과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때 대만인들이 결의를 더 크게 외치리라는 것을 세계에 보여줬다”며 “국민이 선택한 정부는 절대로 위협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예상외의 큰 차이로 승부가 결정된 데 대해 중국은 당황해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마샤오광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선거 결과가 나온 직후 “우리는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한다”며 “어떠한 형식의 대만 독립과 분열 시도에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고 경고했다. 환구시보 등 관영 매체들도 일제히 “차이 총통과 민진당이 중국 본토의 위협을 과장했다”고 비난했다.
이는 지난해 시작된 홍콩 민주화 시위가 7개월째 계속되는데 대만까지 반중 노선을 강화하면서 마카오·홍콩에 이어 대만까지 흡수해 ‘대중국’을 만들려는 시진핑의 ‘중국몽’ 구상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만의 원심력을 차단하기 위해 중국이 단기적으로 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진핑 주석이 자신의 대만 전략에 잘못이 있다는 내부의 불만을 딴 곳으로 돌리기 위해 강공을 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CMP는 이와 관련해 현재 15개국밖에 남지 않은 대만과의 수교 국가에 압력을 가해 추가 단교를 추진하거나 중국 전투기의 대만 위협비행 등 군사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변수는 여전히 대만의 ‘뒷배’를 자인하는 미국의 역할이다. 미중 무역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중국이 미국을 자극하는 행동을 쉽게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스인훙 중국 인민대 교수도 “중국은 대만에 대한 기존 정책을 강화해 차이 총통에 대응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대만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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