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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에 아버지 맡길 수 있나요”…간호사들 두달만에 실전 투입

신규간호사 교육 3개월 미만인 병원 61%

OECD 국가보다 간호인력 부족하기 때문

업무부담에 1년차 간호사 3명중 1명 퇴사

"1년 인턴제 등 대책 마련돼야" 지적나와

/이미지투데이




“당신의 아버지를 두 달 된 신규 간호사에게 맡기고 싶으신가요?”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 같은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자신을 이른바 ‘톱(Top) 5’로 불리우는 대학병원의 신규 간호사라고 밝힌 청원인은 “공부량 많은 간호학과에서 4년을 치열하게 노력했지만 주사기 몇 번 만져본 적 없었다”라며 “입사 전에는 병원에서 지정한 두 달의 신규 트레이닝 기간 동안 일하게 될 병동에서 하는 모든 액팅(Acting·처치)을 다 배우는 줄 알았지만 절대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병원은 트레이닝 때 한 번도 못 본 수술, 시술 준비·후처치, 고위험 약물 사용 등을 맡기고 책임지게 한다”면서 “직·간접적으로 환자를 죽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항상 무섭고 겁이 난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간호인력 부족으로 신규 간호사 교육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의료현장에 투입되고 있어 환자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근무환경·처우개선을 통해 간호인력의 의료기관 활동률을 높여 인력난을 해소하는 한편 인턴제를 마련해 신규 간호사들이 제대로 교육받을 환경을 만들어야 의료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와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전국 병원 44곳의 신규 간호사 교육 기간이 3개월 미만인 곳은 6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간호사의 안정적인 업무적응을 돕는 교육전담간호사 ‘프리셉터’가 제대로 운영 중인 병원은 2곳뿐이었다. 대학 졸업 후 막 간호업무에 투입된 인력 대다수가 충분한 실전 교육을 받을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것이다.



신규 간호사가 장기간 교육받지 못하는 것은 인력 부족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임상 간호사 수는 인구 1,000명당 3.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7.2명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특히 의료기관 등 현업에서 일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면허 간호사 대비 임상 간호사 비율’도 50.2%로 OECD 평균인 68.2%보다 현저히 낮다. 간호사의 절반가량이 면허를 따고도 의료기관에서 일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과도한 노동강도가 첫손에 꼽힌다.

실제로 신규 간호사들의 근무환경도 여전히 열악하다. 청와대 청원인은 정규 근무시간은 하루 8시간이지만 이른바 ‘막내 일(job)’로 불리는 온갖 잡무를 담당해야 하다보니 3~4시간 초과근무가 일상이라고 적었다. 교육을 빙자해 직장 내 스트레스를 하급자에게 푸는 ‘태움(괴롭힘)’도 여전한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무에 부담을 느껴 낮은 연차에 퇴사를 결심하는 간호사들도 많다. 지난 2018년 한 해 동안 사립대 10곳과 국립대 2곳 부속병원의 1년차 간호사 평균 퇴사율은 35.9%, 2년차 간호사 평균 퇴사율은 16.1%였다. 서울의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한 간호사는 “기본 교육을 한 달간 받고 부서배치 후 한 달 반 정도 교육을 받지만 실제 병동에서 근무해보니 교육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간호사 한 명당 환자를 보는 시간이 길어 일이 힘드니 많이 그만두고, 그 때문에 또 인력이 부족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근무환경·처우개선을 통해 간호인력의 의료기관 활동률을 높여 인력난을 해소하는 한편 인턴제를 마련해 신규 간호사들이 제대로 교육받을 환경을 만들어야 인력 부족의 악순환을 끊고 의료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선영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은 “간호학과를 졸업한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인턴 제도가 마련돼 적어도 1년 정도 임상교육이 진행돼야 의료 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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