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으로 후분양을 택하는 재건축 아파트가 늘고 있다. 후분양도 상한제 적용을 받지만, 조합은 최근 공시지가 급등으로 인해 선분양보다 오히려 사업성이 좋다고 판단하고 있다.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최근 조합원 소식지를 통해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 선분양과 후분양의 예상분양가를 공개했다. 조합은 2021년 선분양할 경우 일반분양가가 3.3㎡당 3,495만원가량 될 것으로 평가했다. 반면 2023년에 후분양하면 3.3㎡당 3,815만원으로 선분양보다 3.3㎡당 300만원 이상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분양 수입도 선분양은 8,043억원인 데 비해 후분양은 8,744억원으로 더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조합은 후분양의 분양수입이 701억원가량 더 많아 2년여간 공사비 예상 금융비용 314억원을 제외해도 조합이 387억원 이익을 본다고 평가했다. 이번 분석은 잠실진주가 정비사업 상한제 유예기간 안에 입주자모집공고를 내지 못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조합 관계자는 “사업시행인가 변경이 늦어짐에 따라 착공이 내년 초에나 가능하다”며 “올해 관리처분 변경 총회에서 조합원에게 선·후분양 방식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잠실진주아파트 인근 단지인 미성크로바도 후분양을 고려 중이다. 자체 용역 결과, 올 4월 내 분양 시 분양가는 3.3㎡당 2,995만원이지만 오는 2022년 하반기 후분양할 경우 3.3㎡당 4,000만원 이상에 분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밖에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 15차는 착공 준비를 마치고도 지난해 말 시공사 교체와 함께 후분양 추진을 총회에서 의결했다. 조만간 새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내고 분양은 2년 이후로 미뤘다. 여의도 MBC 부지 아파트, 용산 유엔사 부지, 뚝섬 4구역 등도 이미 착공했지만, 주택토지보증공사(HUG)를 통한 분양보다는 후분양으로 무게 중심이 기운 상황이다.
이들 재건축 단지가 후분양을 택하는 이유는 공시지가 상승으로 반사 효과가 생겼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근 조세 형평성을 위해 공시지가를 급격히 높이고 있는데 재건축 조합에 일정 부분 긍정적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분양가 산정 기준이 되는 공시지가가 오르는 만큼 사업 지연에 따른 이자비용을 차감하고도 수익이 더 많아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아직 민간택지에서 상한제를 통한 분양가가 나온 바 없어 확신할 수 없다”면서도 “후분양이 차라리 수익성이 높다는 분석이 있는데다 차후 정부의 규제 완화를 기대하는 측면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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