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정책을 충분히 고민하지 못했다”(더불어민주당 두 번째 영입 인재 원종건씨), “정책적으로 많은 고민을 하거나 해결책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민주당 다섯 번째 영입 인재 오영환 전 소방관).
민주당이 영입 인재들은 구체적인 정책에 관해 묻는 기자들의 말에 이 같은 답을 내놓았다. 이들은 “저는 정치에 정자도 모르는 사람” “정치에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연락을 받고 놀랐다”는 반응도 보였다. 당장 3개월 뒤 당선을 목표로 하는 사람의 답변치고는 허술하다. ‘장애인 어머니를 모신 효자’라는 미담은 있었지만, 정작 정치에 대한 깊은 고민은 찾기 어려웠다.
당장 이들이 ‘정치를 잘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부터 든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자신이 짐승처럼 느껴지는 순간을 견뎌야 성인의 고귀함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불출마를 선언한 이철희 민주당 의원에게 이해찬 대표가 막스 베버의 책 ‘소명으로서의 정치’를 건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베버는 “세상이 너무나 어리석고 비열해 보일지라도 좌절하지 않을 사람”이 정치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들의 말대로 정치는 척박한 땅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이 땅에 뿌리내릴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은 이들을 ‘영입 인재’로 내세웠다. 이렇게 정치를 시작해 자기 역할을 찾지 못하고 사라진 청년들은 수없이 많다.
‘청년 정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고민할 때다. 민주당 역시 청년정치스쿨을 운영하지만 3박4일 단발성 행사에 불과하다. ‘후속 세대의 육성’을 정당의 역할로 인식하는 유럽과 대조된다. 스웨덴 사민당이 운영하는 정치학교는 매년 수백명의 졸업생을 배출한다. 역대 총리 중 상당수가 이곳 출신이기도 하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청년 정치를 키워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그저 술자리에서 지나가는 얘기로 그칠 뿐”이라고 토로했다. 이제는 청년 정치에 대한 인식이 바뀔 때다. 청년을 소비하는 정당이 아닌, 청년을 키워내는 정당을 볼 수 있었으면 한다.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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