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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절제된 검찰권’ 강조…문재인·조국 ‘檢 경고’와 판박이

[검찰인사 후폭풍]

이성윤 "수사 단계별 한번 더 생각" 구체 방안 거론

내달 3일 평검사 인사로 '靑수사팀 힘빼기' 나설듯

일선 수사팀 '尹의 국정원수사 항명' 재연될 수도

이성윤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의 행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족에 대한 서울중앙지검의 수사가 점입가경이던 지난해 9월27일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의 이 같은 말을 전했다. 해당 발언 전날에는 조 전 장관의 방배동 자택을 압수수색하던 검사와 조 전 장관이 통화한 사실이 알려지며 수사 압력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문 대통령이 검찰에 대해 여론전을 한다는 의심과 함께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는 해석이 나왔다.

또 조 전 장관은 지난해 10월 중 발표한 ‘검찰개혁 추진계획 발표’와 ‘검찰개혁방안 브리핑’에서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주요 목표로 언급했으며 퇴임사에서는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는 오랜 소신이었다”고도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 퇴임 직후인 지난해 10월22일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엄정하면서도 국민의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위해 잘못된 수사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13일 이성윤(58·사법연수원 23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도 취임 일성으로 “국민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의 수장이 검찰에 대한 문 대통령과 조국의 경고·요구 메시지를 똑같이 반복한 것이다. 이 지검장은 이에 더해 “수사의 단계별 과정 과정마다 한 번 더 생각하고 절제와 자제를 거듭하는 검찰권 행사가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했다.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대표적인 ‘친문(친문재인)’ 검사인 이 지검장이 부임과 함께 청와대·여권 상대 수사에 제동을 걸 것이라는 관측이 현실화했다는 반응이다. 이 지검장은 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다. 또한 참여정부 때인 지난 2004년 3월29일부터 이듬해 4월1일까지 1년간 청와대 사정비서관실에서 특별감찰반장으로 일하며 당시 민정수석이던 문 대통령과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그는 실제로 정권의 강력한 신임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대검 반부패부장, 법무부 검찰국장을 거쳐 서울중앙지검장에 오른 것이다. 이는 검찰 내 ‘빅4’ 보직 중 3곳을 거친 것으로 검찰 역사상 유일무이한 ‘꽃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성윤(앞줄 가운데) 서울중앙지검장이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자리에 앉아 있다.송경호(앞줄 왼쪽부터) 3차장, 신자용 1차장, 이 지검장, 신봉수 2차장, 한석리 4차장./연합뉴스


이에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 중인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수사, 조 전 장관 일가족에 대한 수사·공판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법무부는 정권 수사팀을 겨냥해 직접수사 부서 축소와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위한 직제개편안을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에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평검사 인사는 오는 2월3일로 예정돼 있다. 지검장은 평검사의 부서 배치를 결정하기 때문에 인력 조절을 통한 수사팀의 힘 빼기가 가능하다. 한 검찰 관계자는 “지검장은 일선에서 수사와 공판을 지휘할 뿐만 아니라 인사도 좌지우지할 수 있어 수사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청와대 수사에 의지를 보이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 지검장 사이에서 갈등이 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총장과 이 지검장이 수사 중요 단계에 대한 결정을 두고 사사건건 대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9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 내에 특별수사팀을 새로 꾸릴 때는 사전승인을 받으라”고 전격 지시했기 때문에 윤 총장은 직속으로 별도의 수사팀을 꾸리는 식으로 이 지검장을 우회하기가 난감한 상황이다.

이 같은 대립이 지속되면 중앙지검장 차장·부장 선에서 항명 논란이 터져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예컨대 2013년 윤 총장이 ‘국가정보원 대선·정치 개입 의혹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을 맡았을 때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맞부딪친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 당시 윤 총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장에서 조 지검장에게 국정원 직원 체포와 압수수색 필요성을 보고했으나 반려됐다는 것을 밝히면서 “검사장을 모시고 이번 사건을 끌고 나가기는 어렵겠다고 생각했다”고 폭로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2013년 당시 윤 총장은 자신을 팀장으로 올린 채동욱 검찰총장이 사임했음에도 공개 항명을 했다”며 “윤 총장이 대검에서 버텨준다면 일선 수사팀이 이 지검장의 지시에 그저 따르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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