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가 입수한 ‘2025 서울주거종합계획’을 보면 지난 2018년부터 오는 2025년까지 8년간 주택공급 부족물량은 최대 21만가구로 분석됐다. 주택공급이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서울시 스스로 채택한 보고서다. 21만가구는 분당의 2배, 일산의 3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현재는 물론 앞으로의 주택공급 대란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옥죄는 상황에서 대규모 공급이 이뤄질 수 없다고 충고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과거는 물론 앞으로도 주택공급 부족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실제로 국토부는 9일 설명자료에서 “서울의 주택공급은 향후에도 안정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공급 부족은 ‘공포 마케팅’이라고 비판했다.
◇2025년까지 부족분 15만~21만가구=서울주거종합계획에서 추산한 중장기(2018~2025년) 주택 부족분은 15만5,000가구에서 21만1,000가구다. 문제는 경제상황에 따라 공급 부족량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경제가 나아지면 필요한 주택량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계획은 앞으로 경제가 예상보다 더 개선되는 시나리오를 적용할 경우 2025년까지 필요한 주택공급량이 최대 81만1,000가구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최대 부족분은 34만9,000가구에 이른다.
이 같은 분석 방식도 주택 수요를 과소평가했다는 지적이 학계에서 나오고 있다. 이번 계획에서 활용한 수요 산정공식은 ‘멘큐-웨일’ 모델이다. 이 모델은 인구 규모의 변화를 토대로 필요한 주택 수를 도출하기 때문에 인구 감소가 발생하는 지역은 주택 수요도 줄어드는 기본 전제를 깔고 있다. 실제 이번 계획에 차용한 통계에 따르면 서울 인구는 2030년까지 현재보다 30만명가량 줄어들 것으로 집계됐다. 기존 인구유출 추세를 연장한 예측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집이 비싸지고 부족해 인구가 유출되는데 인구가 줄어든다고 집을 덜 지어도 된다는 순환오류에 빠지게 되는 약점이 있는 모델”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서울시의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을 떠난 가구의 이사 이유는 ‘주택 규모 설비’나 ‘주거불안’ ‘주택 마련’ ‘주거환경 개선’ 등 집 문제가 62%에 이른다. 집이 충분히 공급되면 인구 감소 자체가 덜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서울시 공급계획 탈탈 털어도 부족=문제는 공급물량을 추가로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2025 서울주거계획에서 공급 가능한 주택 수로 산정한 46만2,000~47만7,000가구는 그동안 발표된 개발사업과 정비사업, 그 외 지난해 수도권 주택공급계획 후속조치 등을 총망라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위례신도시와 공공주택지구 등 신규 개발사업으로 3만2,000가구, 재개발과 재건축·도시환경정비·시장정비사업 등 기존에 발표한 시가지 정비사업으로 최대 35만4,000가구다.
여기에 시가 2018년 12월26일 발표한 ‘주택공급 혁신 방안’도 이번 2025 서울주거계획에 포함돼 있다. 시는 당시 △부지 활용(2만5,000가구) △도심형 주택공급(3만5,000가구) △저층 주거지 활성화(1만6,000가구) △정비사업 및 노후 임대단지 활용(4,600가구) 등을 통해 8만가구를 마련하겠다고 공개했다. 한마디로 지금까지 서울시가 내놓은 정책수단을 총망라해도 주택공급 부족이 발생하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서울시는 추가 공급량 확보 방안으로 기성 시가지를 활용하는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서울 내에 새롭게 마련할 수 있는 택지는 한계가 있다”며 “기존 시가지 내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이미 지난해 도시계획 조례를 개정해 상업지역 비주거 의무비율을 낮추고 준주거지역 상한용적률을 높였다”고 했다.
문제는 이것이 현실화돼도 총공급량이 적다는 점이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시가 설명하는 준주거지역 용적률 상향 등은 신혼부부나 청년임대주택 등을 짓는 방식”이라며 “기존의 공급 마인드를 벗어나지 못한 소극적 정책으로 15만~20만가구를 커버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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