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초 미군 드론 공격으로 숨진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에 대한 살해 계획을 지난해 6월에 이미 조건부 승인했었다고 미 NBC방송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BC는 5명의 전·현직 당국자를 인용해 솔레이마니 살해를 위한 어떤 작전도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승인한다는 조건을 붙여 이같이 결정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첫 조건부 승인을 내린 6월은 이란이 자국의 영공을 침해했다며 미군 무인기를 격추한 시점과 맞물려 있다. ‘이란 강경파’인 존 볼턴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을 승인해 보복할 것을 촉구했고 매파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동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미국인 살해’라는 레드라인을 넘을 때만 그 조처를 실행하겠다고 밝혔다고 NBC는 전했다.
이후 솔레이마니 살해 카드에 힘이 실린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이라크 내 미군 주둔 기지에 대해 10차례가 넘는 공격이 잇따르면서다. 미국은 이란이 지원하는 카타이브-헤즈볼라 소행이라고 비난했지만 갈수록 공격이 정교하고 규모도 커지자 이란이 장비와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고 봤다. 급기야 지난달 27일 미국인 피격 사망 사고가 발생하고 31일 미군의 카타이브 헤즈볼라 기지 폭격에 대한 항의하는 시위대가 이라크 주재 미 대사관을 공격하는 사건까지 일어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솔레이마니 제거를 최종 승인하게 됐다.
한편 군 수뇌부는 솔레이마니를 이란의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에서 밤 늦은 시간에 제거하는 것이 다른 선택지보다 사상자가 더 적을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다만 실제 공습은 지난 3일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서 이뤄졌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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