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아 양육하고 있는 만 24세 이하 청소년 부모 10명 중 1명은 여관·모텔 같은 숙박시설이나 찜질방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는 이같은 내용의 ‘청소년 부모 생활실태 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를 14일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만 24세 이하 청소년 미혼모·부 및 부부 315명 중 38명(12%)이 집과 보호시설 이외에 다른 장소에서 육아 경험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장소에서 머문 기간은 1개월에서 3개월 사이가 14명으로 가장 많았다.
현재 거주 유형으로는 원룸이나 고시텔에 살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315명 중 57명(18%)에 달했다. 찜질방이나 모텔에서 임시거주를 하고 있다는 응답도 20명(6%)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61%는 현재 별다른 직업 없이 쉬고 있다고 응답했다. 시간제 아르바이트(15.6%)와 학생(6.3%)이라고 답한 비율도 높았다. 대부분의 청소년 부모들이 안정적인 수입원을 갖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의 주 수입원은 ‘기초생활수급/한부모 가족지원 아동 양육비’(32%) 등 정부 지원금이다.
문제는 이같은 지원이 한부모 가족에만 제한적으로 이뤄진다는 데 있다. 현행법상 아이 1명당 양육비 월 35만원와 자립촉진수당 월 10만원을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이는 모두 모자가족 혹은 부자가족에 해당된다. 미성년인 청소년 부모가 부부로 가정을 이루고 있는 경우에는 받을 수 없다. 만 18세 이상이 아니면 혼인신고를 할 수 없어 청소년 부부의 경우 신혼부부 특별공급, 전세자금대출 등 주거 지원 혜택에서도 제외된다.
전문가들이 청소년 부모의 건강한 자립을 위해 주거 지원 등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유미숙 한국미혼모네트워크 대외협력국장은 “청소년 부모의 특수성을 반영한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며 “주거 및 생활을 지원하면 가족 해체와 빈곤 대물림 등 또 다른 사회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연안 아름다운재단 변화사업국장은 “일단 주거가 안정돼야 장기적인 생활을 계획에 따라 양육을 할 수 있고 자립까지 도모할 수 있다”며 “청소년 부부도 주거 지원 대상에 포함하는 등 기본적인 생활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가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 8월 진행됐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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