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탈퇴한 뒤에도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유지를 주장했던 유럽이 합의 포기 가능성을 내비치며 이란에 핵합의 준수를 압박했다. 여객기 격추로 국제사회에서 논란을 부른 이란은 유럽의 강경한 태도에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됐다.
AP통신은 15일(현지시간) 유럽 측 핵합의 서명국인 영국, 프랑스, 독일이 분쟁조정 절차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이 절차는 핵합의 당사국 중 어느 한쪽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했을 때 이에 서명한 7개국(이란 포함)과 유럽연합(EU)의 대표가 모인 공동위원회에서 위반 여부를 논의하고 이를 해석하는 과정이다. 위반 결정이 나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안건을 보내 핵합의 유효성을 놓고 최종 표결을 거친다. 이는 유럽 3개국이 이란이 핵합의를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판단했고 최악의 경우엔 핵합의를 포기하고 핵협상이 타결된 2015년 7월 이전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뜻을 공식화한 셈이다.
이들은 이란이 지난해 5월부터 핵합의 이행 범위를 5단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축소한 점을 문제 삼았다. 2018년 5월 미국이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이후 유럽 3개국은 핵합의 존속을 주장하면서도 경제적으로는 사실상 이란과 교역·투자를 중단했다. 이에 이란은 유럽이 핵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 5월 핵합의 이행 범위를 점차 줄여 유럽에 이란산 원유 수입과 금융 거래를 재개하라고 압박했다. 유럽과 갈등하던 이란은 이달 초 핵합의로 제한한 우라늄 농축 관련 제재(농도, 생산량)를 모두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존슨 총리는 기존 핵합의를 ‘트럼프 안’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2015년 이란핵합의에 결함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란이 핵무기를 갖는 것도 막아야 한다”며 “이란핵합의를 ‘트럼프 안’으로 대체하자”고 제안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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