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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정치색 無” ‘남산의 부장들’ 이병헌→이성민...풍경화로 바라본 10.26 사태

흔들린 충성, 그 날의 총성

우민호 감독, 韓 근현대사 재조명

10월 26일 이전 40일간의 이야기를 담담히 다루며 관객들을 그 시대의 한 가운데로 초대하는 영화 ‘남산의 부장들’ 이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을 중심으로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곽도원), 대통령 경호실장 곽상천(이희준)의 과열된 ‘충성 경쟁’을 담담하게 좇는다. 풍경화로 바라본 10.26 사태는 인물의 공과 과를 평가하기 보단, 인물들의 심리에 집중하게 한다.

15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남산의 부장들’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배우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과 우민호 감독이 참석해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 사건을 다룬 영화다. 10·26 사태 40일 전의 긴박한 이야기를 그렸다. 김충식 작가의 동명의 논픽션 베스트 셀러를 원작으로 내세우며 작품성을 입증 받았다. 대한민국 대통령 박통, 실제 대통령을 암살한 김재규 등 실존인물을 모티브로 했으며 영화 ‘내부자들’로 날카로운 시선을 선보였던 우민호 감독 작품이다.

우민호 감독은 “방대한 내용을 다루는 원작 중 가장 드라마틱한 사건으로 꼽히는 10.26 사건에 집중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건이지만, 그 인물들이 정확하게 어떤 사람이었는지, 마음속에 무엇이 있었길래 10월 26일 궁정동 안가에서 총성이 들렸는지 탐구하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또한 영화를 본 원작자 김충식씨는 우 감독에게 “원작이 사진첩이었다면 영화는 풍경화였다“고 전했다고 한다.

‘한국 중앙정보부의 부장(부총리급)들과 이들이 주도한 정치 이면사’를 그린 원작을 근간으로 영화는 이 중 주요 인물들을 꼽아내어 재구성했다. 우민호 감독은 “이 영화는 정치적 색채를 띠지 않았다. 어떤 인물의 공과 과를 절대 평가하지 않는다. 단지, 그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인물들의 심리 묘사로 보여주고 싶었다. 판단은 관객 분들이 하시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아울러 김재규이라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재조명이 아니냐는 의문점에 대해 “실제 사건이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었다. 이 역시 판단을 보는 이들에게 맡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병헌이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을 연기한다. 헌법 위에 군림했던 중앙정보부의 수장이자 권력 2인자였다. 이병헌은 “실존한 인물을 연기하는 게 더 힘든 작업이라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그렇기에 감독님이 미리 준비한 여러 가지 자료들과 증언들 뿐 아니라 혼자서 찾아볼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조금이라도 왜곡시키지 않으려했다. ”고 털어놨다. 이어 “시나리오에 입각해 그 인물의 감정을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이성민이 박통 역을 맡았다. 1961년부터 1979년까지 18년간 제1권력자로서 독재정치를 행한 인물 박통을 맡아 정권의 끝자락에서 인물이 느꼈을 심리를 섬세하게 그렸다. 또한 당시 박 대통령의 외모, 의상등을 완벽하게 재현했다.





이성민은 “그간 많은 이들이 이 인물을 연기했다. 분장팀, 미술팀과 같이 비슷하게 묘사하려고 노력했다. 의상까지 당시 그 분의 옷을 제작했던 분을 찾아가 제작했다. 이 역할을 하면서, 세 부들장과 어떻게 밀당을 해야할지, 어떻게 품을지, 각각의 부장들에 대한 변주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 신경쓰며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이희준은 대통령 경호실장 곽상천으로 분한다. 박통의 존재를 종교적 신념으로 여기는 충성심 강한 경호실장이다. 이희준은 “인물의 감정에 공감하는 게 가장 큰 숙제였다. 끝까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희준은 경호실장 캐릭터를 위해 25kg이나 증량해 비주얼 변신에 도전했다. 우민호 감독은 이희준에 대해 “체중 증량과 함께 발성, 몸의 움직임 등 모든 것이 바뀌었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이희준은 “감독님은 살찌울 필요 없다고 했는데 아무리 봐도 살을 찌우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고 말했다. 이어 “ 실컷 먹고 운동하면서 찌웠다. 이렇게 죄책감 없이 먹은 건 데뷔 후 처음인 것 같다”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곽도원이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 역을 맡았다. 박용각은 박통 정권의 비리를 전세계에 폭로하기 위해 앞장서는 인물이지만, 동시에 타국에서 오직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 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박용각 캐릭터는 1960년대 중앙정보부 권력의 핵심적인 시기를 보냈던 인물을 모티브로 했다. 이 배역을 그려내기 위해 곽도원은 미국, 프랑스 로케이션에도 모두 참여, 고군분투하며 폭발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곽도원은 “시나리오를 받고서 정치적 색채가 아닌 인물 사이의 긴장감이 마음에 들었다. 최고의 권력을 갖고 있다가 그 권력이 없어졌을 때 느끼는 감정을 영화에 담으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우민호 감독은 1979년 10월 26일 대통령 암살사건을 중심으로 그 전 40일간의 이야기에 대해 다루고 있다. ‘도대체 왜 그런 사건이 벌어졌을까?’를 좇다 보니 사건 속 인물들, 그리고 그 사람들의 마음 속에 더 관심이 가게 됐다고 한다. 감독은 “그 사건 속 인물을 다루다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이 있을 거라 생각된다. 관객들이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 사건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이야기하길 바란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배우들은 웰메이드 영화임을 자신했다. 이병헌은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이야기다. 다만 흥행에 관련해서는 이성민씨 주연작인 ‘미스터 주’가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에 이성민은 “영화는 다양해야 한다”면서 “다행스럽게도 장르가 다르기 때문에 둘 다 잘 되리라 생각한다. ”고 말한 뒤, ‘남산의 부장들’을 오늘 처음 봤다. 굉장히 재밌고 잘 만들어진 웰메이드 작품이다. 나이가 있는 분들은 그 당시를 어렴풋이 기억할 것이다. 흥미롭게 보실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22일 개봉한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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