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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택의 세상보기] 큰 불씨 남겨둔 미중 무역 합의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2단계 협상 타결 미루는 美中

내년 무역전쟁 다시 확산 우려

韓, 장기적 흐름 눈떼선 안돼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미중 간 1단계 무역협정이 15일 서명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 이후 시작된 중국 때리기가 관세 인상으로 불붙어 확산일로를 걷다가 처음으로 공식합의 문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동안 미중 무역전쟁으로 피해를 크게 받은 한국에도 중요한 관심사다.

합의 사항은 무역 확대, 지식재산권, 금융 서비스, 분쟁 해결 등 9개 장이다. 핵심 내용은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농산물과 에너지를 포함한 2,000억달러어치의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고, 미국은 중국 상품 전체로 관세를 확대하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현재 부과하고 있는 관세 중 일부 상품에 대한 관세를 내리는 것이다.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으로 피해를 본 미국 농민 등을 달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 수출길에 장애가 생겨 타격을 받은 중국 경제를 살리려고 하는 이해가 맞아떨어져 이뤄진 합의다. 미중 무역전쟁을 세계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로 꼽았던 국제통화기금(IMF)은 일단 안도했으며, 5.8%로 잡았던 올해 중국 성장률을 ‘바오류(保六·6% 성장)’의 목표가 달성되는 6.0%로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미중 무역합의가 세계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플러스가 됨은 틀림없다. 지난해 내내 횡보를 면치 못했던 한국 주가는 12월 중순 미중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진 후 한 달 동안 7%나 상승했다. 그러나 1단계 합의 자체로 우리 수출증대 효과가 바로 나타나기는 어렵다. 한국은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하고 중국은 이를 최종재로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 패턴인데 2,500억달러에 달하는 중국 상품에 대한 미국의 25% 고율 관세는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더 유의해야 할 사항은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큰 불씨가 남았다는 점이다. 첫째, 합의 내용의 모호성이다. 보통 미국의 무역협정문은 수백에서 수천쪽에 이르는데 이번 합의문은 86쪽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약속과 이행 내용이 담긴 법률문서라기보다 정치적 의미가 두드러진 합의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늘리기로 한 2,000억달러의 구매금액은 현재 연간 대미수입보다 많은 액수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관심인 320억∼500억달러의 농산물 구매 약속도 실행이 보장되기 어렵다.

둘째, 2단계 합의의 어려움이다. 중국 국영기업의 보조금 문제, 지재권에 대한 본격 논의는 향후 협상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문제는 중국의 근본적 국가체제와도 관련돼 있어 양국의 이견을 좁히기가 매우 힘들다. 미국과 중국 모두 2단계 협상을 언급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미국 대선 이후로 타결을 미루는 이유이기도 하며, 내년에 무역전쟁이 다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셋째, 협상 방향과는 반대로 미중의 공급망 분리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 화웨이·ZTE의 통신장비를 미국 기업이 사지 못하게 하고 동맹국에도 사용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정보통신 가치 사슬에서 중국을 아예 배제하려고 하며, 중국도 미국의 기술에 의지하지 않는 별도의 공급망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아이폰이 미국의 소프트웨어, 한국·일본·대만의 부품, 중국에서의 완제품 생산으로 연결되는 방식의 가치사슬 체계가 해체된다는 의미다.

1단계 합의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들이 관세전쟁 재발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준비한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며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미중 간 기술갈등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한국도 미중 휴전을 반기지만 장기적인 흐름에서 눈을 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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