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대 총선에서 벌어진 새누리당의 옥새 파동은 공천으로 벌어질 수 있는 촌극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당시 김 대표는 공천에 탈락한 비박계 의원 지역구에 ‘진박’ 후보들 공천이 확실시되자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를 비롯해 6곳을 ‘무공천’하겠다고 밝힌 뒤 부산으로 떠났다. 앞서 공천 과정에서 발생한 윤상현 의원의 막말 파동과 친이계·비박계의 공천 탈락에 이어 옥새 파동까지 벌어지자 새누리당 지지층의 피로감은 커졌고,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계파 간 갈등이 새누리당을 12년 만에 총선에서 패배하게 한 핵심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 공천의 최종 관문인 옥새, 즉 당 대표직인을 둘러싼 옥새 파동은 선거를 앞두고 분당과 합당이 잦아지는 야권에서 벌어지는 단골 사건이기도 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수습하던 새천년민주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의 경우 당시 조순형 대표와 추미애 선대위원장이 공천을 둘러싼 의견 대립으로 각자 다른 대표 직인으로 후보 명단을 날인했다. 추 위원장의 공천장 접수에 반발한 조 대표는 대표직인 분실 신고를 하고 직접 선관위를 방문해 새로운 대표직인을 신고해 기존 공천안을 관철시켰다. 새 도장, 헌 도장 중 어느 것이 진짜냐를 두고 논쟁이 벌어진 셈이다. 선거 결과는 초라했다. 당시 새천년민주당은 선거에서 단 9석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공천을 대가로 건넨 돈을 뜻하는 공천 헌금도 정치권에서 공천이 갖는 영향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012년 당시 새누리당은 친박계 현기환 의원과 현영희 의원의 공천 헌금 파문으로 당이 휘청일 정도의 타격을 입었다. 최근 10억원대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의원직을 잃은 이우현 전 자유한국당 의원도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의회 의장으로부터 공천 헌금 성격의 정치자금을 받아 문제가 됐다.
/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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