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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다크룸]여자가 되어 돌아온 아버지

■수전 팔루디 지음, 아르테 펴냄





어린 시절 기억 속 아버지는 마초적이고 폭력적인 가부장의 전형이었다. 그랬던 아버지는 이혼 후 가정을 떠난 지 수십 년 만에 이메일을 보내 자신의 특별한 변화를 알린다. 76세의 나이에 태국에서 성별 정정 수술을 받았다는 것이다. 빨간 스커트에 하이힐을 신은 본인 사진과 함께 ‘스테파니’라는 새 이름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신간 ‘다크룸’의 저자 수전 팔루디는 아버지의 이 같은 극적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그를 만나러 간다. 역사와 개인사의 격랑 속에 늘 자신을 가장해야 했던 아버지의 여러 이름과 정체성을 마주하고 그 이야기를 책으로 풀었다. 팔루디는 1980년대 이후 페미니즘에 대한 반격 움직임의 배경과 전개 과정을 예리하게 분석해 페미니즘 필독서로 자리 잡은 ‘백래시’의 저자이기도 하다.



유대인 귀공자인 이슈트반 프리드먼으로 태어난 아버지는 헝가리의 민족 동화 정책에 부응해 열여덟살에 ‘헝가리인 다운’ 이름인 팔루디로 성을 바꾸고 유대인 학살의 광풍을 피해 가려 했다. 그래도 탄압을 피할 수 없어 미국으로 건너가 사진가 스티븐으로 살며 ‘정상 가족’의 가장이 되기를 원했다. 하지만 이혼이라는 실패를 계기로 생애 마지막 시기를 모국 헝가리에서 정숙한 노부인 스테파니로 보내다 세상을 떠난다. 한 개인의 회고록처럼 보이지만 이를 통해 시대 전체의 역사를 꿰어냈다.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가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로 다가온다. 3만3,000원.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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